▶ 군사재판 통해 2년형 선고로 종지부
▶ 2004년 이라크 파병 중 사라진 후 레바논서 결혼도 하고 수감도 되고
2004년 이라크에서 반군에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하순이 당시 인질로 잡혔다는 모습의 동영상.
2번 탈영하며 10년에 걸친 오딧세이를 감행한 와세프 알리 하순 상병. 지난 23일 군사법정에서 2년형을 받았다.
10년 전 이라크 파병 중 사라졌다 자수한 뒤 특별 휴가 중 다시 무단이탈, 중동으로 사라져 그곳에서 수감과 재판으로 8년을 보내다 또 미군당국에 자수해 군사재판을 받은 레바논 출신 미군 무슬림 해병에게 2년형이 선고되었다. 2번의 탈영과 자신의 총기분실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이다. 그러나 23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캠프 르준 군사법정에서 내려진 형량은 최저 7년에서 최고 27년으로 추정되었던 예상 형량보다는 훨씬 적었다. 1999년 유학생으로 도미했다가 9.11 테러에 자극받아 3년 후 해병에 입대했던 와세프 알리 하순(35) 상병의 10년에 걸친 길고 기이한 탈영 여정은 이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와세프 알리 하순 상병은 불만이 많은 해병이었다. 2004년 이라크전 당시 주둔해있던 팔루자 기지에서도 복무 연장에 대해 불평했고 일부 의무이행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동료 해병들은 전한다.
레바논 출신으로 미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난 여기서 나가 레바논으로 갈 것”이라고 늘 동료들에게 경고했었다고 군 검찰은 재판에서 주장했다.
실제로 하순은 2004년 6월 군대를 이탈해 레바논으로 갔다. 10년에 걸쳐 ‘스파이 소설’처럼 기이하게 이어진 긴 탈영 여정의 첫 걸음이었다.
2004년의 홀쭉했던 청년에서 살이 붙은 중년의 아저씨로 변한 하순은 이번 재판에서 무단이탈은 인정했으나 탈영과 군 기물 절도, 정부재산 파손 등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했다. 이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27년 형을 받을 수 있다.
하순의 이번 군사재판은 해병대 내의 종교적 문화적 역학관계에 대한 연구 케이스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케이스는 이슬람의 옹호자라고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들과 전쟁 중인 미국의 군인으로 복무 중인 무슬림 아메리칸 군인들에겐 자신들도 느끼는 부담과 압박감이 표출된 사례이기도 했다.
군 검찰은 하순을 해병동료들 보다는 아랍인 근로자들과 함께 있기를 선호하고 전우들을 두 차례나 버린 불성실한 탈영병으로 낙인찍었다. 그러나 변호인은 전투 중 반군들에게 거의 죽임을 당할 뻔 했으며 자원하여 포로 심문의 통역도 자원한 충성스런 해병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순의 종교와 출신민족은 판결 전 최후변론의 핵심이었다.
검찰은 하순이 해병대와 그가 성장한 아랍 수니파라는 두 문화의 충돌을 겪었다면서 하순의 가족은 이라크전에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집에는 이라크파병도 알리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검찰이 하순의 가족과 아랍 반군들을 연계시키려한다고 비난하고 하순의 가족은 “다른 이름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아메리칸 패밀리”라면서 레바논에 있는 하순가족의 집과 비즈니스는 하순의 미 해병 입대가 알려진 후 반군의 폭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팔루자 기지에서 사라진 뒤의 삶에 대해 검찰은 하순이 레바논에서 사촌인 레바논 여성을 아내로 맞아 결혼식을 올렸으며 레바논 정치가들의 보디가드로 일했다고 말한다.
변호사는 하순이 2004년 기지에서 시아파 반군에게 납치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하순이 사라진 후 하순이 인질로 잡혀있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눈이 가려지고 그의 머리 위로 칼을 겨눈 반군에 잡혀있는 하순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그러나 하순은 증발된 지 2주 반 만에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은 채 베이루트 주재 미 대사관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자수했다.
미국으로 옮겨져 기소되었으나 납치의 진위 여부 등을 가려줄 재판은 열리지 못했다. 2005년 1월 유타에 거주하는 부모와 형제 등 가족방문을 위한 크리스마스 특별허가를 얻어 나온 그는 다시 사라졌다. 캐나다를 거쳐 레바논으로 간 것이다. 하순 자신은 이혼을 하기위해 아내의 가족들과 협상하러 갔다고 말했다. 하루만 있다가 돌아오려 했으나 수사기관에 잡혀 재판을 받고 수감됐었다는 것이다.
레바논에 도착한지 24시간이 채 안되어 하순은 레바논 보안당국으로부터 출두명령을 받았다. 여권을 압수당하고 여행금지 명령을 받은 하순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렇게 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순은 해병대 당국이나 미 대사관에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바레인의 미 해군수사기관에 자수한 것은 2014년 6월, 500달러를 주고 일을 매듭지어 여행금지 명령이 풀린 후였다.
검찰은 하순이 결국은 “이라크전에서 죽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군복무 연장을 불평하다가 계획적으로 탈영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첫 탈영 때, 자신의 소지품 일부를 소각하고 이라크인 통역에게 그의 집에 숨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으며 백팩에 지도와 이라크 회화책을 챙기고 민간인 복장으로 빠져나갔다는 것 등을 증거로 들었다.
그러나 변호사는 하순이 이라크인 근로자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 동료해병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면서 그의 무슬림과 아랍 정체성이 그를 아웃사이더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는 또 하순은 탈영병이 아니라면서 “그는 제2의 조국에 봉사하기 원하는 전형적 이민이었다. 그는 자기 같은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입대했던 것”이라고도 말했다.
재판은 끝났지만 탈영의 동기에서부터 10년의 행적에 관한 정확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형량은 2년이지만 재판 전 구금기간을 제외하면 1년4개월 남짓이다. 형기를 마치고 나오는 하순에게 남은 것은 불명예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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