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혼녀의 비리로 사임한 전 오리건 주지사
▶ “가난과 환경오염 뿌리뽑겠다”던 원대한 비전 실현의 꿈도 물거품
지난 2011년 중국방문 당시 존 키츠하버 오리건 주지사와 그의 약혼녀로 퍼스트레이디였던 실비아 헤이스.
약혼녀의 비리 스캔들과 관련 지난 주 사임의사를 밝혔던 존 키츠하버(67) 오리건 주지사가 18일 오전 10시 직위를 넘겨주고 관직에서 물러났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보다 먼저 전 주민 의료보험을 추진했으며 한때 주위에서 대통령 출마 권유까지 받았던 한 유능한 정치가가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존 키츠하버와 실비아 헤이스에겐 플랜이 있었다.
오리건 주지사와 퍼스트레이디가 원한 것은 오리건의 최하 빈민층 주민들을 단순히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애초에 가난 자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원했다고 헤이스는 말했다. 온실개스 역시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성장에 대한 개념 및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주정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데 있어 경제적 요소만이 아니라 환경적 및 사회적 요소까지 가산한 ‘실제진전지수’를 사용하는 새로운 측정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스트 커플의 원대한 꿈은 헤이스가 주지사의 ‘라이프 파트너’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데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헤이스의 스캔들이 일파만파 비화되면서 오리건의 최장수 주지사로 막 4선에 성공했던 키츠하버는 자신을 지지했던 언론과 같은 민주당 정계로부터도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의 퇴장을 애석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많은 주지사들 중엔 존이 씨름했던 그 많은 주요과제들 중 어느 한 가지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라고 오리건 주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얼 블르메나워는 말한다. “존은 성공적으로 과제들을 해결했고 정치적으로 자신이 그 대가를 치렀다…이건 오리건만의 비극이 아니다”
36년의 공직생활 동안 키츠하버는 온실개스 감축을 위한 청정연료 기준강화를 추진해왔고 그는 강바닥의 재조림과 연어보호를 위한 수질관리 플랜을 지원했다. 민주당 주지사인 그는 1999년엔 보수파 의원들이 낙태와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에 대한 지출을 제외시킨 인간자원 예산안 서명에 거부권을 행사하여 뉴스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응급실 의사 출신인 키츠하버는 아마도 ‘오리건 헬스 플랜’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초 그가 오리건 주 상원의장이었을 때 작성한 것이다.
최저 빈민층까지 의료보험 커버를 확대하면서 배급제로 경비는 감축시키는 플랜이다. 물론 논란과 문제가 없었던 플랜은 아니었지만 과감한 실험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키츠하버를 전국적 정치인으로 부상시킨 계기가 되었다.
“그는 헬스케어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가졌었으며 그와 그의 ‘오리건 헬스 플랜’은 미국의 헬스케어 개혁의 중요한 기초였다”고 블루메나워는 말했다.
키츠하버는 1995년 처음 주지사로 당선된 후 8년간 재임했는데 당시엔 자칭 ‘벨트버클 갱’이라고 부르는 측근 자문그룹의 탄탄한 지원을 받았었다.
20년 연하의 헤이스를 처음 만난 것은 그의 두 번째 임기와 두 번째 결혼생활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당시 헤이스는 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 중(후에 낙선)이었다.
시애틀에서 출생해 자신의 표현으로 “전기도 수도도 없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알콜중독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부모로부터 16세에 독립한 후 석사학위까지 받은 헤이스는 자수성가한 강인한 여성이었다. 환경컨설팅회사인 ‘3E 스트라티지스’의 창업자인 그녀는 “매우 스마트하고, 매우 강하며, 매우 독립적인 여성이다. 생의 대부분을 환경보호 위한 청정에너지 사업에 바쳐왔다”고 주 총무처장관을 역임한 빌 브래드베리는 말한다.
키츠하버와 헤이스는 2003년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그들의 데이트를 헤이스는 2014년 MIT의 한 강연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그들의 삶이 추락하기 1년 전이었다
“존과 내가 처음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그는 완전히 진이 다 빠진 채 지쳐있었다. 그가 주지사는커녕 어떤 공직에도 다시 출마하리라고는 난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내가 퍼스트레이디라는 이런 이상한 위치에 서게 될 것도 전혀 예상 못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다가오자 그들은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는 것. 경기침체가 “현 경제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도록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 가 되어줄 것으로 보았다.
2010년 키츠하버는 주지사 3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8년 만에 되돌아 온 주지사 사무실엔 단합된 참모진 ‘벨트버클 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업무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은 ‘파트너’ 헤이스였다. 그리고 헤이스의 개인 사업은 곧 퍼스트레이디라는 그녀의 새 역할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주지사의 참모들은 대부분 새로운 얼굴들이었다. 키츠하버에게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라고 직언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못되었다고 정치 컨설턴트 짐 로스는 전했다. “특히 주정부와 새 퍼스트레이디의 관계에 대한 사안이 그랬다”고 로스는 말했다. “처음부터 잘못 다루어졌지요”
헤이스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스트레스는 털어놓으면서 키츠하버 주지사의 참모들이 자신을 “길들이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었다.
주지사의 수석공보관 켄지 존슨의 해고가 대표적 사례였다. 지난 7월 존슨은 참모회의에서 주지사의 에너지 자문역을 하면서 에너지 컨설팅회사를 경영하는 헤이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3일 후 해고당했다. 이메일로 전달된 해고통보에서 주지사 비서실장은 회의에서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언급에 대해 질책했다고 존슨은 전했다.
결국 존슨의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얼마 후부터 헤이스에 대한 비리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18세 에티오피아 남성에게 미국 영주권을 얻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해준 위장결혼에서부터 수뢰와 탈세 혐의 등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현재 키츠하버와 헤이스는 헤이스가 주지사와의 관계를 이용해 자신의 컨설팅 업체를 위한 계약을 따냈으며 소득에 대한 세무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키츠하버가 이 사안에 대해 언제부터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는가가 조사의 핵심이다.
‘외로운 늑대’로 알려져 온 키츠하버는 변호사와 헤이스 외에는 어떤 참모의 말에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한 로비스트는 전한다.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시킨 채 키츠하버와 헤이스는 “2인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오리건 주립대학의 제임스 포스터 교수는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