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전립선 비대증 환자 90만 육박… 4년간 1.5배 증가
▶ 감기약 등 함부로 복용하면 병 키워… 50대 이상 검진 필수
코감기약을 잘못 복용하면 전립선 비대증이 악화할 수 있다.
17년간 일주일에 3회 이상 헬스를 해온 C(57)씨.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덕분인지 잔병치레도 없어 건강검진 때 말고는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어느 날 C씨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화장실에 다녀와도 시원하지 않았고 소변도 자주 마려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 일쑤였다. ‘왜 이러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런가….’ C씨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었다. 일주일 뒤 C씨는 소변이 안 나오는 증상으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왜 이제야 오셨어요. 전립선 비대증이 심하네요." 의사의 말을 들은 C씨는 진작 병원을 찾지 않은 걸 자책했다.
전립선이 비대해진 줄도 모르고 감기약을 먹고선 응급실에 실려 간 C씨. 17년간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온 C씨에게 별안간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조대연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전문의는 "C씨에게 원래 전립선 비대증이 있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 뿐"이라면서 "감기약 때문에 전립선 비대증이 악화한 것"이라고 했다. "감기약에 들어 있는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과 같은 항히스타민 성분과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과 같은 충혈완화제(decongestants) 등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킵니다. 요도괄약근을 조여 급성요폐(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혀 방광이 부풀 거나 신장으로 소변이 역류하는 증세)를 유발하죠. 한국인이 즐겨 복용하는 유명 감기약에 이런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전립선은 정자를 운반하는 정액의 상당 부분을 만들고 저장하는 남성의 중요한 신체 조직 중 하나다. 전립선 비대증은 호두알 정도의 크기의 전립선이 커져 방광 아래쪽 소변 통로를 막아 소변이 잘 안 나오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전립선 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는 총 89만8,217명이다. 2008년엔 60만3,823명, 2009년엔 69만9,256명, 2010년엔 77만2,973명, 2011년엔 82만6,198명이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를 받았다. 4년간 환자 수가 1.5배가량 증가했다.
전립선 비대증은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통 나이를 먹을수록 전립선 건강이 안 좋아진다. 국민건강보험의 2012년 조사 자료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전립선 비대증 환자 89만8,217명 중 30대 이하는 9,522명(1.1%), 40대는 6만2,990명(7.0%)이다. 그러다 50대부터 환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 50대는 20만3,056명(22.6%), 60대는 28만5,411명(31.8%), 70대는 33만7,238(37.5%)이다.
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많아지는 걸까.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전립선은 대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커진다면서 평소엔 불편함을 못 느껴 알아채지 못하다가 뒤늦게 증상을 감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조 교수도 50세가 넘으면 전립선 비대증 발병률이 급속도로 높아지기 때문에 이상 증상이 없어도 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립선 비대증이 생기면 화장실을 자주 가는 빈뇨, 새벽에 소변 때문에 깨는 야간뇨와 같은 자극성 증상이 생겨요. 또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세뇨와 소변을 바로 배출하지 못하는 주저뇨와 같은 폐색성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증상들이 아주 서서히 나타난다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조기 발견이 힘들고 치료가 늦어지는 겁니다. 60대에는 남성의 절반이 전립선 비대증을 갖고 있어요.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로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가 가능하고 예방도 가능하죠."
전립선은 날씨와도 관련이 있다. 조 교수는 특히 겨울에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많다고 했다. 그는 "자율신경계를 담당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땀 배출이 적어지기 때문에 체내 수분이 증가해 방광에 소변이 자주 차게 된다"면서 "요도괄약근이 수축하고 소변 배출이 더욱 힘들게 돼 심한 경우 급성요폐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했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을까. 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면서 "약물치료에는 방광과 전립선을 이완하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약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약은 일부 환자에게 성욕감퇴나 정액 양 감소, 발기부전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약 부작용을 염려해 치료를 미루면 병을 키우는 꼴"이라며 "50대부터는 이상증상이 없어도 전립선에 문제가 있진 않은지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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