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등
도를 닦으러 깊은 산에 들어간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도를 얻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스승이 대답했다. “10년 걸린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나 걸릴까요?”
“그런 식으로 하면 20년 걸리지”라고 스승이 대답하자 제자가 매달렸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겠습니다. 제가 진짜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나 걸릴까요?” “30년 걸린다”라고 스승이 말했다.
그러자 제자는 “도대체 이해가 안됩니다. 어찌해서 노력을 더 하겠다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단 말입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네가 한쪽 눈을 목적지에 둬서 가는 길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이 하나로 줄었기 때문이다.”
목표점에 온 신경을 쏟느라 배움의 내용과 의미를 간과하는 오늘날의 학생들이 그 제자와 비슷한 입장에 있다. 특히, 학교에서 우등생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명문대학을 거친 후 유수한 직장에 취직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목표점이다. 목표를 향해 열공하는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다면 사회에 진출한 후, “학교 우등생이 사회에서 성취도가 떨어지는 이유”라는 연구 논문의 숫자로 남게 된다.
고교 최우수 졸업자 81명을 15년간 추적 조사를 한 보스턴 대학의 캐런 아놀드 교수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그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의 모습은 그저 평범하기만 하다. 30대 초반이 된 그들 가운데 4명이 대학을 중퇴했고, 2명이 석사, 2명이 박사 학위를 받는데 그쳤다. 나머지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최우수 졸업자의 공통점은 이렇다. 첫째, 시험에 나오는 이름ㆍ장소ㆍ날짜ㆍ사건을 외우는 데는 능숙하나 그것이 자신의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배우기 위함이 아니라 일등하고, 졸업하고, 직장을 얻기 위함이다. 자연스레 삶의 우여곡절과 변화무쌍한 사회에 적응하는 기술은 뒷전으로 밀린다. 둘째,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해서 열정을 쏟아 붓기 보다 여러 가지를 골고루 잘한다. 그렇지만 남다른 성취를 이루거나 뛰어난 기여를 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팔방미인이 아니라 한가지에 미친 것이다. 셋째, 최우수 졸업자가 사회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멘토의 부재에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와 교사가 일일이 챙겨주다가 대학만 들어가면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알아서 하겠지”라고 간주하고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정작 가이드가 필요한 것은 인생에서 결정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학교의 최우수 졸업자가 그저 평범한 사회인으로 남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학교 시스템에 있다. 90년 전,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평론가로 미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H. L. 멘켄은 1924년 <아메리칸 머큐리>라는 저널에 당시 미국 교육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학교의 목적은 학생의 호기심을 발동하여 무엇인가 창출하기 위한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 순종하는 시민을 만드는 것이다.”
튀는 것을 막고, 개성을 억누르는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 학교가 답습하는 것은 사회를 개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척자를 만들기보다, 피고용인이 되어 현상유지를 잘하는 매니저를 길러내는 일이다. 그것을 보여준 것이 캐런 아놀드 교수의 연구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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