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설 계기 남북이산가족 상봉 2일차인 21일 오후 북한 강원 고성 외금강 호텔 앞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돼 앰블런스로 조기출경하는 남측가족 홍신자(83)씨의 딸 이경희 씨와 북측의 동생 홍영옥 씨가 서로 끌어안으며 통곡하고 있다. 2014.02.21
북한당국이 5·24조치 해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자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8~20일인 설 연휴를 전후로 한 상봉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설 연휴가 1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정부는 북한당국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자며 23일 오전 운을 뗐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우리 민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아주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기 때문에 한·미합동군사훈련과 관계없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설 계기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자고 제의했기 때문에 상봉 준비에 필요한 시간도 충분히 확보된다면 상봉행사는 열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시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도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우리 대화 제의에 호응해오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북한은 5·24조치 해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변인 담화에서 "5·24조치와 같은 것을 그대로 두고서는 설사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이 진행된다고 해도 그것은 일종의 선전용에 불과하고 흩어진 가족, 친척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남조선당국이 인도주의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말로만 이산가족 문제를 떠들지 말고 대결을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놓은 차단조치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선 5·24조치 해제-후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내놓자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북 조평통 담화 내용을 분석한 뒤 "정부는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문제뿐만 아니라 5·24조치 등 북한이 관심이 있는 사안들도 모두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임을 밝혔는데 그럼에도 북한이 순수 인도적인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이와 전혀 무관한 5·24조치 해제와 연계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어 "5·24조치 해제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한 만큼 남북간 대화를 통해 접점을 마련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며 북한당국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자 상봉 불발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그간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이 문제의 해결을 남북대화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북한이 이번엔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나서자 김정은 신년사에서 나온 남북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한다고 해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어느 정도 협조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먼저 5·24조치를 해제할 수는 없다"며 "그러므로 북한이 진정으로 5·24조치 해제를 원한다면 한국 정부와의 협상의 테이블에 나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 위원은 "한국 정부도 5·24조치 해제에 대한 조건으로 북한이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계속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상봉 문제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5·24조치를 해제하는 방식으로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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