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영(사진·미국명 지니) 하버드 법대 교수가 ‘뉴요커(New Yorker)’ 매거진에 게재한 한 편의 글이 최근 미 대학가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일명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에 대한 법대 교육의 나아갈 바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불씨를 지피고 있어 화제다.
12월15일자로 실린 글의 제목은 ‘The Trouble With Teaching Rape Law’로 석 교수가 법대에서 강간과 성폭력 등 형사법을 가르치며 교육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대로 최근의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대에서 관련 교육을 왜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신이 담겨 있다.
‘트리거 워닝’이란 인터넷이나 방송 등 각종 게시물에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 등이 포함됐다는 유해 사실을 미리 알리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각종 폭력이나 차별 및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학 강의실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캠퍼스 성범죄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강의실에서 성범죄 관련 토론을 해야 하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피해자이기도 하고 이들에게는 토론 수업 참여 자체가 마치 또다시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것처럼 정신적인 외상을 입힐 뿐이라며 관련 수업에 앞서 미리 유해성을 경고하거나 아예 수업 주제나 시험문제 출제마저 배제해줄 것을 교수들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여개 대학의 법대 교수들이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해 강간법 강의를 실제로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수들의 권한을 침범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석 교수의 글은 장차 각종 범죄 피해자들을 변론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예비 변호사들에게 이처럼 민감한 성범죄 관련법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겨줄 불씨를 지폈다.
미 변호사 협회 저널 블로그에도 석 교수 글에 대한 찬반 의견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석 교수는 성범죄법에 관련한 강의는 법대에서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지지하는 법대 교수들도 상당수다. 관련 교육이 중단된다면 결국은 우리 모두의 손해이고 무엇보다 성범죄 피해자들에게는 더 큰 손해라는 기본 인식이 깔려 있는 주장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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