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하다.
자살문화가 몸에 배어있는 일본인들은 종종 어떻게 죽느냐를 삶의 최대과제로 삼는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까호 영주를 위해 47명의 사무라이가 복수를 감행한 후집단 할복자살(1703년)한 ‘쥬신구라’의 스토리가 이를 잘 말해준다.
굴욕스럽게 오래 사는 것보다 의미있게 짧게 사는 것이 더 보람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뇌종양을 앓아온 브리트니 메이나드라는 29세의 젊은여성이 “11월1일에 죽겠다”고 선언한 후 그날이 다가오자 가족에 둘러싸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고 눈을 감았다. 이른바 ‘존엄사’다.
죽음을 선언한 그녀의 동영상은 9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미국사회와 기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존엄사란 무엇인가. 의학적 치료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이르렀을 때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자신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독극물 투입하는 것이다. 안락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허용되지 않으며 닥터 케보키언이 CBS의 ‘60분’에 출연하여 자신이 환자를 안락사 시키는 장면을 공개했다가 기소되어 8년형을 살고 나온 적이 있다.
존엄사는 좀 다르다. 미국에서는 오리건주가 제일먼저 허용했다.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뉴멕시코주등이 뒤를 따르고 있으나 약을 처방한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선에서 그치고 있다.
오리건주는 존엄사를 돕는 민간단체의 소셜워커 시스템이 뛰어나 존엄사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가 캘리포니아에서 오리건으로 옮겨간 것도 이 때문이다.
존엄사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존엄사는 본인이 희망한다고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조건이 있다. 2명 이상의 의사가 환자가 6개월 이상 살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환자가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것을 서면과 구두로 설명해야 하며, 환자가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진술해야 하고, 2명의 증인이 환자가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How to die in Oregon’이라는 영화가 있다. 201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우수작으로 상까지 받은 기록영화인데 불치의 병을 앓고있는 환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존엄사를 택하는가의 과정이 픽션이 아니라 실제 인물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코디 커티스라는 54세의 여성은 간암을 앓다가 존엄사를 택하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미장원에서 미용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의 머리를 다듬는 장면과 아들과 딸이 세상을 하직하는 어머니 침대 옆에서 ‘You Are My Sunshine’을 부르는 장면은 눈물겹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존엄사의 찬반을 떠나서 죽음이 전하는 메시지를 뼛속 깊이 느끼게 된다.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과 멀쩡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축복받은 순간인가를 일깨워준다.
존엄사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대해 기독교계는 ‘존엄사는 자살이며 자살은 하느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행동’이라는 해석을 내리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앞으로 존엄사를 선택한 크리스천들의 장례식을 기독교가 어떤 자세로 받아 들여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동성애 결혼도 기독교계가 처음엔 죄악시했으나 지금은 17개국에서 인정하고 있다. 새로운 죽음의 문화인 존엄사도 기독교계가 반대하지만 찬성여론이 점점 늘고 있다. 동성연애와 존엄사는 기독교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21세기의 숙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