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의 용광로’라는 미국에서 에볼라 공포가 확산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가 꼽힌다고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15일 전했다.
미 보건 당국이 영어를 하지 않고도 미국에서 살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민족 또는 국가 공동체를 형성한 이들에게 그들의 모국어로 에볼라와 관련한 대처 요령을 전파해야 한다고 신문은 권고했다.
신문은 최근 미국 뉴욕의 중국인 공동체가 에볼라와 관련해 병원에 문의한 일화를 소개했다.
중국인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기는 연어’를 먹어도 되느냐며 뉴욕 퀸즈 병원에 문의했고, 숱한 전화를 받은 병원 측은 이들에게 생선 섭취로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어류전염병인 전염성 연어빈혈을 일으킨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뒤, 누군가가 이 질병을 에볼라에 비유하며 ‘연어 산업의 에볼라’라고 영어로 표현한 바람에 미국에 사는 중국민들이 헷갈린 것이다.
비록 촌극으로 끝났으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나 언어 탓에 벌어진 오역이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퀸즈 병원은 당장 홈페이지 에볼라 정보 코너에 영어,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안내문을 공지하고 에볼라와 관련한 더 정확한 정보를 CDC에서 찾아보라며 CDC 웹사이트 주소를 연계했다.
그러나 CDC 링크를 누르면 영어로 나와 큰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두 명의 에볼라 감염 환자와 1명의 양성반응자가 출현한 텍사스주 댈러스의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 역시 에볼라 사태 발발 후 1주일 동안 4천 달러를 들여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프랑스어, 네팔어, 러시아어 등 14개 국가의 말로 된 에볼라 정보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하지만, 댈러스와 포트워스 광역권에 약 8만5천 명의 한국 동포가 살고 있음에도 한국어는 없었고, 중국어와 일본어도 빠졌다.
앤 메리 와이스 댈러스 포트워스 지역 국제공동체연합 회장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보건 당국이 에볼라 환자 집 주변 거주민들에게 영어로만 된 에볼라 대처 요령 안내문을 돌리는 것을 보고 ‘간이 콩알만 해졌다’"며 "영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 주민이 많은 상황에서 행정 당국이 문서 번역을 너무 지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후약방문’이긴 하나 앞으로 이런 사태를 대비해 지역 사회와 외국인 밀집 공동체가 더 밀접하게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USA 투데이는 2011년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 자리 잡은 소말리아 공동체에서 홍역이 창궐했지만, 당시 시 정부와 보건 당국이 일찍 소말리아 공동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덕분에 큰 혼란 없이 넘어갔다고 전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보건 당국이 비영어 공동체와 오래전부터 신뢰 관계를 형성한 덕으로 호흡기 질환 전염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하버드대학 보건정책운영학부 연구원인 질리언 스틸피셔는 "이번 에볼라와 같은 위기가 오기 전에 보건 당국이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공동체와 유대를 형성하려면 많은 자금과 인력,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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