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지난주 플로리다주에 사는 미국인 할아버지가 손자 6명과 딸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동영상을 보니 손자들은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기에서부터 11살 된 어린이까지 모두 졸망졸망한 재롱둥이들이다. 가족 동반자살은 한국과 일본에서 자주 일어나며 미국은 문화가 달라 동반자살이 드물다. 할아버지가 귀여운 손자들을 죽이다니 - 미국이 뭐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얼마 전 뉴욕에서 사업에 실패한 한인 이모씨가 부인과 아들을 죽이고 집에 불까지 지른 동반자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16세 된 아들 브라이언군은 똑똑하게 생긴데다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동반자살의 원인은 주로 생활고다. 그러나 아무리 생활고에 시달린다 해도 자살하기 위해 가족을 살인한다? 더구나 아이들을? 이건 죽은 후 저세상에 가서도 용서받지 못할 끔찍한 범죄행위다.
뉴욕 한인 일가족 동반자살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한인사회에도 이제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민물결이 높았던 60년-80년대만 하더라도 한인 대부분이 땀을 흘리며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나 나나 생활수준이 비슷하고 빈부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자나면서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계층이 한인사회에도 형성된 것이다. 상대적 빈곤, 상대적 박탈감을 일부 한인들이 느끼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풍요 속에 소외계층이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의 주원인은 대부분이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이다. 누구는 집사고 나가는데 나는 왜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나. 누구는 가족들 데리고 하와이로 휴가 간다는데 나는 왜 자식들을 여름캠프에도 못 보내나 등등이다.
상대적 박탈감은 가장에게 무력감, 무능함을 느끼게 해 심리적으로 자아혼동 현상을 일으킨다. 이 상대적 박탈감이 컨트롤이 안될 때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독거노인들은 명절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일수록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자살유혹을 받게 된다. 뉴욕 일가족 동반자살이 추석 다음날 발생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살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일어나는 판단오류의 산물이다. 네덜란드의 국보 빈센트 반 고흐도 절망을 못 이겨 자살한 화가다. 그가 자신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테오야, 내 그림이 팔리지 않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의 그림이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반 고흐의 그림이 지금 얼마인줄 아는가. ‘가세박사의 초상’은 1억3,840만달러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비싼 그림이다.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이해인 수녀의 말대로 누가 선물을 주면 감사해도 삶 자체에 대해서는 고마워 할줄 모른다. 유대인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배운 교훈이 무엇인가. 삶의 소중함이다. 끊임없는 죽음의 공포를 통해 이들은 삶 자체가 엄청나게 귀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오늘의 이스라엘 국민이 이 답을 얻어낸 사람들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이 문제를 연구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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