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힐스의 제비족 생태를 그린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가 80년대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제비족인 줄리안(리처드 기어)은 어느날 베벌리힐스의 부자인 라이만으로부터 이상한 부탁을 받는다. 자신의 부인과 동침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라이만은 커튼 뒤에서 이를 지켜본다. 변태도 보통 변태가 아니다.

헐리웃 수퍼스타 중에 자신이 섹스 중독증에 걸려 있음을 고백해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다. “성욕은 나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적인 파도”라고 밝힌 그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의 아버지 커크 더글러스도 성중독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성중독은 유전자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세기의 가수로 불리는 마이클 잭슨도 어린이에 대한 성추행으로 고소당해 2,200만달러를 소년의 부모에게 지불하고 가까스로 형사 처벌을 면한 적이 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할리 배리의 남편 에릭 베넷(랩가수)도 섹스 중독증으로 밝혀져 두 사람은 끝내 이혼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등장하는 주인공 돈 주앙도 따지고 보면 섹스 중독 환자다.

골프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가 섹스 중독증 환자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타이거 우즈가 바람피운 여자는 밝혀진 것만 해도 10명인데 모두 백인여성인 것이 특징이다. 그가 외도한 여자 중에 유명한 포르노 스타 조슬린 제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의 섹스중독증이 얼마나 심각했던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관음증(peeping Tom), 노출증, 성도착증, 성중독증은 모두 변태성욕에 속한다. 변태성욕은 병이다. 컨트롤이 안된다. 그런데도 변태성욕자들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는 사실을 몰라 의사를 찾아가지 않는다. 의사를 찾는 사람은 치료의 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한다.

왜 변태성욕자가 되는가. 유전자 문제도 있지만 어린 시절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춘기를 넘겨 뒤늦게 나이든 다음 사춘기를 맞이하는 케이스도 있다. 변태성욕자들은 자신의 스트레스, 공허감, 우울증, 심리적 갈등, 소외감 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섹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섹스를 고민 해결의 탈출구로 삼고 자기만의 비밀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도 모른다. 최근 한국에서 말썽이 된 제주지검장 K씨의 부인이 남편이 변태성욕자라는 것을 과연 알고 있었을까. K지검장은 자녀들의 공부를 위해 이사하지 않고 혼자 관사에서 지냈으며 술도 마시지 않는 착실한 가장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이런 엘리트가 야밤에 여고생이 지나가는 큰 길에서 20분 동안 5회나 음란행위를 했다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중정신병 환자다. 이런 비정상인이 대검찰청 감찰과장까지 지냈다니 변태성욕이 얼마나 숨겨져 있는 병인가를 알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제롬 로빈에 의하면 미국 남성 중에 5-8%가 섹스 면에서 비정상이며 특히 성공한 인물 가운데 20%가 이 증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정신분석학 용어로는 이를 ‘석세스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오늘의 사회는 인터넷의 범람으로 성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성중독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나이 들면 부부가 방을 따로 쓰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이 인터넷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섹스 문제는 말하기가 어색하다고 피할 일이 아니라 나이 먹을수록 부부 간에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정신이 아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