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방송에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한국의 여야가 극적 합의를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교황이 다녀간 후 ‘프란치스코 효과’로 불리우는 화해와 양보의 정신이 한국의 정치권에도 번지는구나 싶어 흐뭇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 협상안에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유가족이 반대한다면 새정치연합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표시했다는 뉴스로 이어졌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사항을 세월호 유가족의 의견을 물어 다시 결정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나라 국회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유가족 대표는 TV에서 “우리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가이드라인을 줬음에도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 한다”고 인터뷰까지 했다.
이렇게 되면 여야 합의안 추인이 불발되기 마련이고 한국의 정치가 또 얼어붙는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세월호 유가족이 더이상 ‘고통 받는 사람들’로 비처지기 힘들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방한기간 중 파격적으로 유가족을 네 차례나 만나고 이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기도까지 해주었는데 교황이 떠난 후 세월호 유가족의 강경자세로 정국이 더 긴장되고 대립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간 셈이 된다. 결과적으로 유가족이 교황에 대해 누를 끼치는 것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떠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남긴 메시지가 무엇인줄 아는가.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화해의 은총을 이웃과 나누시기 바랍니다”로 되어있다. 화해가 예수정신임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의 메시지가 이런 내용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교황이 보여주신 평화정신을 본받기 위해 단식투쟁도 중지한다”고 했으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그런데 교황이 떠난 후 단식투쟁을 더 계속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문재인 의원은 이 단식에 자신도 참석하겠다고 해 보기에 딱하다.
한국은 더 이상 조용한 나라가 아니다. 갈등하는 한국 현실에 교황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남기고 갔는데도 이 메시지마저 진영 논리에 따라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 교황이 자기편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난무한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기도해주는 사제이지 세월호 문제를 해결 해주는 파워맨이 아니다. 세월호 유족 대표가 대전에서 교황을 만났을 때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고 박대통령에게도 말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교황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부끄러운 일이다.
교황과 함께 내한했던 교황청 롬바르디 대변인이 “교황은 특정한 해결책이나 어떤 결정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당사자의 고통에 대해 기도해 줄 뿐이며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 것은 교황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란치스코 스타일 - 그것은 진정성과 행동 그리고 겸손이다. 자신의 종교적 가르침을 삶으로 증명하는 지도자다. 교황의 방한을 감명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교황이 다녀간 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보여야 한다. 프란치스코의 인품을 받아들여 우리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교황의 기도에 대한 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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