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나 된 중국 영화 ‘색, 계’(Lust, Caution)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배우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의 결혼소식이 알려지면서 ‘대륙의 여신’ 다시보기가 횡횡한 탓이다.
두 사람이 연출자와 배우로 만나 삶의 동반자가 되게 해준 영화는 분명 현빈과 나온 ‘만추’인데 대만 리안 감독의 ‘색, 계’로 관심이 쏟아지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탕웨이는 ‘색, 계’로 대만 금마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중국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색, 계’가 지닌 정치적 성향을 중국 정부가 꼬집어서다.
중국이 그렇다. 영화시장 규모는 세계 2위지만 상업영화의 역사가 짧아 그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할리웃 영화는 중국정부의 검열을 받아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 등장한 대머리 중국인 해적은 중국판 개봉에서 삭제됐다. ‘멘 인 블랙 3’은 외계인들이 지구인으로 위장해 일하는 장소가 허름한 중국식당이라는 설정이 검열을 피해가지 못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 조차도 종교에 관한 일부 언급을 수정해야 했다.
길고 복잡한 검열 과정으로 인해 제동이 걸린 할리웃은 중국 스크린 쿼터제(자국영화 의무상영제도)에 의해 할당된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영화 수입한도를 20편에서 34편으로 늘렸지만 그림의 떡이다.
차라리 사전 검열을 받는 게 낫다 싶어 공동제작 방식을 택했지만 그렇다고 중국 당국의 암묵적인 규제를 피할 수도 없다. 베이징에서 촬영된 ‘아이언 맨 3’은 아예 중국 관료들이 직접 보고 창작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내렸고 ‘쿵푸 팬더 3’ 역시 사전 검열을 거쳤다고 한다. 게다가 공동제작에는 예산의 최소 3분의 1을 중국 측 회사에서 출자한다. 중국 배우가 핵심 배역들 중 하나를 맡는다. 영화의 일부가 중국에서 촬영되어야만 한다는 조건들도 붙어있다.
이처럼 어이없는 제작 간섭과 미성숙한 영화시장을 지닌 중국이지만 박스오피스 수익 집계가 나오는 순간 할리웃 제작사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020년이면 중국이 영화시장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하니 중국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도 껴안아야할 대상이다.
이쯤에서 다시 탕웨이의 결혼으로 돌아가자. 탕웨이는 중국 영화계 퇴출 이후 ‘색, 계’로 홍콩 국적을 취득했다. 대륙 배우는 아니지만 자국 배우라는 소리다. 스크린 쿼터제에서 중국이 말하는 자국영화는 대륙, 홍콩, 대만 영화를 포함한다.
탕웨이는 올 베니스 영화제 폐막작인 홍콩 안 후이 감독의 ‘황금시대’로 또 다시 스타덤에 오를 것이다. 중국 배우가 한국으로 시집오는 것이 분명한데 왜 한국 감독을 중국 영화계에 빼앗기는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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