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떨어진 미국 땅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저마다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토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안타까움은 “자랑스러운 조국의 재난대처 능력이 겨우 이 정도였던가”라는 한탄으로 바뀌었다. 안전제일과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삼는 미국에서 살아서인지 이곳의 한인들이 느끼는 충격은 컸다.
뉴욕타임스(5월11일)와 워싱턴포스트(5월16일)에 실린 박근혜 정부 비판광고는 이런 연유로 시작됐다. 광고를 주도한 한인들에 따르면 4,100명 이상이 참여해 약 16만달러가 모였다. 이들은 ‘300명 이상이 여객선에 갇혀 있었지만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다’고 외쳤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하는 정부 본연의 역할을 되물은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에서 이런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광고를 주도한 한인들은 ‘광고 파급효과’를 내세워 미국 주요 일간지를 택했다고 한다. 적어도 그 의도는 한국사회에 먹혀든 것 같다. 한국의 대부분 언론이 정부 비판광고 소식을 다뤘다.
생각해 볼 점은 정부 비판광고 이후 이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다. 한국 네티즌들 가운데 미주 한인 아줌마 파워에 고마움을 나타낸 반응도 있었고, 반대로 비판론자들은 ‘배후가 누구냐’며 미국 유력 일간지에 정부를 비판하는 전면광고가 실린 사실에 불쾌함을 내보였다. 한인들은 누구나 세월호 참사를 안타까워했다. 한국 정부의 속수무책인 대처 자세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꼭 미국 신문에 전면광고를 낼 필요가 있었는지”를 되물었다.
이번 전면광고를 보면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미를 떠올렸다. 당시 미국 주요 일간지들은 박 대통령 방미 소식을 단신으로 다루거나 아예 다루지 않았다. 대신 한국 기업과 한인 단체들이 주요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박 대통령을 환영했다. 이같은 광고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한인사회는 미국 주요 일간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과 역량을 갖춘 셈이다.
이번 세월호 대처 비판 광고는 이런 측면에서 ‘쿨하게’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비판광고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한 미주 동포들이 속 타는 아픔을 표현한 한 방법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당시 모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전면광고를 의뢰했던 것과 뜻은 분명히 다르지만 표현 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관련 정부 비판 광고를 마치 ‘종북’인 것처럼 색깔론으로 매도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외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마음 아픔의 표현마저 매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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