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은 들을 때마다 마음에 꽂힌다. 지난 달 28일 롱비치 엘도라도 공원에서는 한인 천주교인 3,000여명이 연례 합동미사를 가졌다. 이날 미사 참석자들은 교황의 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평등과 사랑, 나눔의 모습을 실천합시다”는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은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을 경고한다. 동시에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어려운 이웃을 보듬자”고 제안한다. 그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긴다. 17일 77세 생일에는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성당 인근 노숙인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다. 지병으로 피부가 문드러진 이를 가슴으로 품었다. 이를 보는 사람도 마음이 울리고 새삼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꼽았다. 미국 사람들은 ‘건강’이라 답했다. 한국과 미국 두 곳 정서를 지닌 한인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혈혈단신 또는 어렵게 미국 땅을 밟아서인지 우선 ‘먹고 사는’ 문제에 민감하다. 기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도 고생담을 들려준 뒤 경제적 윤택함이 거저 생긴 것이 아니라고, 열심히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데 이렇게 ‘악착같이’를 강조하면서도 오래 전부터 선행을 실천한 분들이 꽤 많다. ‘배고픔을 겪어 본 사람이 가난한 자의 아픔을 안다’고 했던가. 조용히 선행을 실천하는 분들은 한결같이 소박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민 후 갖은 고생해서 먹고는 살지만 ‘마음’의 행복도 중요했다….”소박한 한인들이 보이는 따뜻함은 울림이 강하다. 이들이 본보에 보내준 ‘필리핀 태풍 구호 성금’이 한 달여 만에 4만3,000달러가 넘었다. 성금을 전달받은 적십자사는 매번 어려울 때마다 나서는 한인사회의 정성에 놀랐다. 전미 필리핀아메리칸 총연맹(NaFFAA) 수잔 딜케스 LA 회장은 “성금액도 많지만 한인들의 따뜻한 사랑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인사회 연말 나눔 행사인 ‘사랑의 쌀’ 모금도 1만포 구입 목표액의 66%인 6만6,000달러가 모였다. 고 이태석 신부의 유지를 따르는 미주 아프리카 희망후원회 2,500여 회원은 향후 5년 동안 50만달러를 남수단 톤즈 지역 교육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황은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외면하고 슬픔에 젖어 한탄만 하지 말자”고 말했다. 한인사회 독지가들은 “나도 잘 살고 남도 웃으면 좋지 않나”라며 작은 정성이라도 나누자고 입을 모은다. 이런 온정이 모여 우리 모두가 안녕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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