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추수감사절을 앞둔 지난 22일, LA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하나 있었다. 한인 비영리단체 회원들과 LA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웨스트 LA에 있는 미 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한국전 참전 상이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누며 위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날 한인들이 방문했던 보훈병원 215 병동에는 총 아홉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나가 부상을 당한 뒤 60여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후유증으로 대부분 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통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들 힘겹게 입을 열어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전했고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사흘 뒤인 한국시간 25일 두 명의 미국인이 동시에 한국 내 미군 주둔에 관한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새로 부임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의 일부는 한강 이북지역에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더그 벤도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포브스에 북한과의 원활한 핵협상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이로써 주한미군 관련 이슈가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나뉜다. 하나는 국토방위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국방을 위해 결국은 없어져야할 존재라고 보는 시각이다. 당초 주한미군은 오는 2016년까지 한강 이북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를 한강 이남의 평택 기지로 재배치하기로 했지만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의 이번 발언으로 이같은 계획의 실현 여부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궁극적으로 자주국방 실현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외교적 결정을 포함한 모든 국가 의사결정시 본질적인 의미의 자주적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한국 내 미군 주둔 문제가 정치적 힘겨루기 싸움으로만 흘러갈까 걱정이다. 수십년 전 머나먼 이국 한국을 위해 싸웠던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실과 이상이 잘 조합된 건설적인 결론이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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