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 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느님 보기에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문명이 시작되기 전 태초의 세상을 찍어 ‘창세기’라는 제목으로 전시하는 보도 사진작가의 발상이 멋있고 원대하다는 생각이 들어 세바스티야오 살가도(Sebastiao Salgado)의 전시장에 들렀다.
브라질에서 금광 채굴을 하는 사람들, 베트남의 어부들, 에콰도르의 난민들을 찍으며 후기 산업시대의 암울하고도 비극적인 인간의 상황을 찍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노동자들(Workers)과 이민(Migration)이라는 놀라운 사진 전시를 한 몇 년 후라 그의 새로운 비전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노동자들’을 찍기 위해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용기로 폭력과 잔인함에 대면하며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먼 길 위에서 고통 받는 젊은이들을 찍었다. ‘노동자들’ 8년, ‘이민’6년의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말할 수 없이 처참한 고난을 함께 겪으며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고 절망적이었던 그는 브라질 선친의 1,500 에이커 땅에 나무 100만 그루를 심어 황폐한 땅에 자연을 복원하는 ‘instituto terr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의 파트너인 렐리아와 함께 어린 시절에 살았던 아름다운 자연을 꿈꾸며 300여 종의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해마다 홍수로 휩쓸려 내려가던 땅이 비가 온 뒤에 더욱 푸르러지고 사라졌던 새들과 나비, 벌들과 악어까지 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자연이 스스로 소생하는 힘에 망가진 지구의 새로운 생성 가능성을 보았다. 그의 삶은 가장 깊은 심리적 절망 상태에서 낙관적이고 로맨틱한 꿈으로 전환했다.
‘창세기’는 그러한 삶의 변화 속에서 탄생했는데, 문명이 들어서지 않은 순결한 땅을 찾아 8년간 서른 두 곳의 지구의 오지를 촬영했다.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면서 인류의 재앙이 시작되었고, 지난 100년 간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자연 파괴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그는 발견했다. 처음엔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가의 관점으로 공해와 생태계 파괴의 기록에 관심을 두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국립공원으로 선정된 그들이 재생한 땅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으면서 오랜 동안 공존해온 인간과 자연의 순결한 상태로서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의 기록으로 관점을 바꾸었다.
인간이 발을 디디지 않은 사막과 북극, 정글에서 사람과 동물이 옛 그대로 살아가는 야생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의 사진들은 장엄하고 힘차고 생생하다. 특히 눈발 위로 이동하는 에스키모의 모습<사진>이 무척 감동적이다.
지구의 순결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여 우리가 잃어버렸고 또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소중한 지구의 본원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인데, 지구에 개발되지 않은 땅이 바다를 제외하고 46%가 남아있다고 말한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진가의 대장정을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였던 태초의 아름다움을 상상해본다.
금세기 안에 수많은 자연재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지구 온난화에 의한 태풍과 토네이도의 소식을 들으며, 지금 지구인이 생존해나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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