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2일로 케네디 대통령 암살 50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는 리 하비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는 것이 워렌 보고서의 공식발표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미 국민의 70%가 케네디암살에는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ABC-TV통계).
나도 음모론을 믿는 사람 중의 하나다. 내가 케네디 암살이 오스월드 단독범행이 아니라고 믿는 이유는 간단하다. 케네디 피살 후 3년 동안 결정적인 증인 18명이 죽었다. 6명은 총에 맞아 죽었고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하여 음모설을 책으로 출판하려던 기자 1명은 목 졸려 죽었다. 나머지는 교통사고, 자살, 목이 잘리는 등 미스터리로 죽어갔다. 1993년까지 직접 간접으로 케네디 사건에 관련된 115명이 죽었다. 런던의 선데이 타임스에 실린 한 수학자의 통계에 의하면 이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10경 분의 1이라고 한다. 억이나 조가 아니다. 단위가 감도 안 잡히는 ‘경’이다.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는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몇 년전 케네디가 저격당한 달라스의 현장을 가본 적이 있다. 현장을 둘러보고 내린 결론은 케네디의 머리를 관통한 두 번째 총탄은 오스월드가 쏜 위치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후일 공개된 시체해부 사진을 보면 케네디가 맞은 두 번째의 총탄은 이마인데 머리 뒤통수가 거의 날라가 있다. 이는 총탄이 앞이마로부터 머리 뒤로 관통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범인은 2명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이 음모는 누가 꾸몄을까.
케네디 암살 음모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믿을만한 것은 마피아 음모설이다. 암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케네디를 꼭 죽여야 할 형편에 놓여있던 자는 누구였나를 생각하면 추측하기 쉬워진다. 당시 케네디에게 이를 갈며 한을 품은 자는 뉴올리언스의 마피아 두목 칼로스 마르첼로였다는 데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마르첼로는 자신이 어떻게 케네디 암살계획을 세웠는가를 감옥에서 FBI가 심어놓은 동료에게 상세히 털어 놓았는데 이 내용이 가장 사실에 근접한 내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르첼로가 밝힌 음모 내용은 이렇다.
케네디 대통령과 케네디 법무장관은 마피아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마피아 대부인 마르첼로에게 국외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마르첼로는 앙심을 품고 케네디 대통령 암살계획을 세웠는데 오스월드를 취직도 시켜주고 생활비도 뒤로 챙겨 주었다. 오스월드를 죽인 잭 루비는 달라스에서 마르첼로가 사실상 주인인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리부정이 밝혀져 처형 받을 형편에 놓여 있었다. 마르첼로는 그를 처형하지 않는 조건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스월드가 배후를 밝히지 못하도록 손을 쓰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잭 루비가 오스월드를 죽였다는 이야기다.
마르첼로는 케네디를 시카고 방문 카퍼레이드에서도 죽이려고 저격수까지 배치해 놓았으나 대통령 비밀경호팀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퍼레이드를 취소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다. CIA는 케네디 암살사건에 마르첼로가 관련된 것을 눈치 챘으나 마르첼로의 마피아 조직은 당시 CIA가 추진하는 카스트로 암살계획에 쿠바 현지 심부름꾼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 계획은 쿠바의 후안 알메이다 육군 참모총장을 포섭해 쿠데타를 일으킨 후 카스트로를 처형한다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마르첼로가 입을 벙긋하는 날에는 쿠바 군부에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벌어지게 되고 피그만 침투 실패에 이어 또 하나의 CIA 공작실패가 세상에 알려지기 때문에 마르첼로를 감싸는 방향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네디대통령 암살사건은 세기의 암살사건이다. 오스월드 단독범행은 웃기는 이야기다. 미국은 잘못 쓰여진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도 케네디 암살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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