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의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를 다녀왔다. 14개의 상영관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시네플렉스에서 영화를 골라본다는 흥분이 있었고 ‘오스카 버즈’가 예상되는 할리웃 스튜디오 영화들이 대부분 토론토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갖는지라 기대가 컸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토론토에 도착해 빅토리아 건축양식과 컨템포러리 건축물들이 공존하는 거리를 걷기 시작하며 이런 게 바로 ‘문화 도시’구나 했다. 그리고, 투명 유리패널로 세련되게 건축된 ‘토론토국제영화제 벨 라잇박스’(TIFF Bell Lightbox) 입성. 모던 그 자체인 외관과 내관에 감탄은 했지만, 내심 무슨 영화제 건물에 ‘벨’(캐나다 최대통신사)이란 이름을 붙였지 싶었고, 영화상영표를 받아들고 극장들을 하나씩 훑어가다 급기야 웃음이 터져버렸다. 토론토가 영국령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오래된 극장들 ‘프린세스 오브 웨일즈’ ‘윈터 가든’ 등을 지나 최첨단 시설로 건축된 현대식 극장들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스코셔뱅크 시네플렉스, 비자 스크리닝 룸 등. 극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단순하게 지어진 이름들. 누가 토론토를 캐나다 경제 금융의 중심도시 아니라 할까봐 극장까지 은행, 카드회사명을 달고 있었다. 영국 왕실과 귀족 이름이 여기저기 보이는 거리와 도통 어울리지 않는, 토론토의 음식 맛처럼 밍밍한 이름이다.
뒤집어보면 이처럼 캐나다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자기 이름을 내세워 전면 후원하기에 토론토 영화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마다 영화제 기간 토론토는 할리웃 스타들로 넘쳐난다.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져서 토론토 영화제의 관객상을 받은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영화가 예술임을 고수하는 입장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영화를 스코셔뱅크 시네플렉스 14관에서 본다는 게 그렇다. 끝을 쳐다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의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450석의 상영관에 들어가려고 1시간 넘게 줄을 서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그렇다.
토론토 영화제는 1976년 출범 때부터 영화의 우열을 매기지 않는 비경쟁을 표방하고 있다. 한 해 동안 세계 영화의 성과를 결산한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할리웃 스튜디오들의 견본시장 역할로 변해버렸다는 지적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큰 영화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 관객의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이 영화제의 위상 정립에 기여한 바 크지만 뭔가 1% 부족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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