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생각하며
▶ 정영희 중앙결혼/ 워싱턴창작문학회
이도령과 춘향이를 글로 그려놓은 작가가 근대 이성 상을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미국으로 이주해온 이후 40여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 친구들로부터 가장 인상 깊게 자주들은 말 중의 하나가 ‘빨리빨리” 라는 말이다.
이국인들에게 비친 빨리 빨리는 그렇게도 이상하게 느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민족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빠르다. 그러다 보니 가속도까지 붙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마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순수하고 투명해야 할 남녀 관계마저도 빨리빨리 인 것 같다. 남녀가 만나면 말 몇 마디 해보고서는 그 사람의 전체를 다 아는 냥, 평을 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만나자마자 모텔로 향하는 청춘남녀도 많다고 들었다.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여자는 공식 결혼만 여덟 번을 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여자의 일생인 것 같다. 정녕 그녀의 일생은 ‘행복‘ 그 자체였을까?
아무리 세대가 빠르게 지나가고 번개같이 발전하는 디지털 문화라고 하지만 우리의 사랑만은, 우리의 사고와 감정만은 ‘매뉴얼’ 즉 조금은 천천히, 이도령과 춘향이 보다 조금 빠른, 약간 진보된 속도 안에서 조절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자주 어린 손자들에게 최신 디지털 기기들을 잘 사주는 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천천히 문화를 뿌리 깊게 배우는 훈련도 빠지지 않게 시킨다.
사랑의 감정은 천둥, 번개를 치며 폭우로 다가 와서는 안 된다. 은혜를 느껴보는 여유 있는 사랑, 우정을 흠모하게 하는 사랑을 할 수는 없을까? 은혜나 우정은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의무요, 이행해야 할 책임이기에 변질될 수 없는 순금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감정은 잠깐 누르고, 디지털의 빠름도 조금은 접어두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내 손으로 넘겨보는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며 잠깐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나는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대학교 2학년 시절, 말은 느리지만 행동과 머리돌림은 그리 느리지 않았던 남자 친구를 지금도 생각한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확신을 가지고 침착하게 한걸음 한발자국씩 다가오던 그 모습이 일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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