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극장가는 ‘한인 배우’ 세상이었다. 성 강이 출연한 영화 ‘분노의 질주 6’(Fast & Furious 6)이 시리즈 최고의 개봉성적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다. 켄 정의 영화 ‘행오버 3’(The Hangover Part III)은 전편에 비해 실망스러운 성적이긴 해도 2위에 올랐고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존 조의 영화 ‘스타 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가 그 뒤를 이었다. 3편 모두 프랜차이즈 영화이고, 3명의 한인 배우들 모두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비중이 커졌다는 점에 흐믓한 연휴였다. 더 말할 나위 없이 할리웃에서 한인 배우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뜻 아닌가.
이들은 ‘앵그리 아시안’으로 살아왔기에 오늘이 있다고 말한다. 존 조는 한국인의 승부 근성으로 인해 영화판에서 툭하면 분노를 터뜨리는 존재가 됐지만 그래도 그 승부근성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고, 2001년 영화 ‘운수대통’(Better Luck Tomorrow)의 캐릭터 ‘한’을 ‘분노의 질주’ 3편부터 6편까지 그대로 고수한 성 강은 한국인의 고집이라고 했다. 켄 정은 아시안 아메리칸 시네마의 새로운 물결이 형성되면서 할리웃에서 재능 있는 아시안 배우는 얼마든지 투쟁하며 원하는 배역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는 한인 배우들과 달리 스크린 밖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난 토요일 극장에서 마주한 광경은 ‘히스패닉 관객’ 세상이었다. 매표소 입구부터 시작해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줄서서 기다리던 개봉관 앞까지 온통 히스패닉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6편으로 이어진 프랜차이즈 영화가 초대박을 터뜨린 흥행요인을 분석했는데 첫 번째 이유가 ‘히스패닉 관객 동원력’이었다. 개봉 4일 간 미국에서 벌어들인 극장수입 1억2,000만 달러 중 32%가 히스패닉의 구매력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뿐이 아니었다. 거침없는 질주의 무대를 영국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옮겨간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3억1,7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는데, 러시아 1,780만 달러에 이어 멕시코 1,000만 달러, 독일과 프랑스 각각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세상이 바뀌어서 코리안 아메리칸도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거도 그렇고 박스오피스도 그렇고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가 중요하다. 유권자의 표, 관객의 표. 백 번, 천 번 도전해서 하나씩 얻는 그들을 위해 한국인 특유의 따라하고 참견하는 기질을 발휘하자. 더 이상 ‘앵그리 아시안’을 자청하는 후세들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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