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15일 한국일보 본국판 사회면을 읽어 내려가다가 하단기사에 시선이 멈추고 가슴이 고동치는 것을 느끼며 읽고 또 읽었다. 더욱이 이른 새벽에 접한 충격적인 기사여서, 오늘 하루의 생활 리듬이 제대로 이어질 것 같지 않는 서글프고 마음 속 깊은 동정이 가슴을 찡하게 파도쳤다.
경북 청송군에서 87세의 할아버지가 83세의 할머니와 함께 승용차로 저수지에 동반자살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기사내용을 간추리면, 지난 13일 오후 4시쯤 현지 국골 저수지를 순찰하던 환경감시원이 수심 3미터가량의 저수지 속에 빠져 있는 승용차 한 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노부부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했다. A4용지 1장 분량에 “미안하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둘이 함께 가는 것이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 한다”고 유서를 남겼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4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의 병수발은 물론 대소변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왔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며 자식들도 효도하였으나 아내를 요양원엔 절대 보낼 수 없으며,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자식들의 부담과 걱정을 덜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슬프고 극단적 행위로 생을 마감한 노부부에 진심으로 애도의 마음을 품는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나랑 같이 갑시다”의 멋진 사랑의 결단을 찬양(?)하며 부러워한다. 8순 넘게 두 분이 해로한 것이 참사랑의 결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치매 걸린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살린 것이라고 반어적으로 생각한다. 정말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라고 하겠다. 나도 나이 80을 넘었다. 우리 내외가 비록 노인 아파트 좁은 방에서 살고 있지만 둘이 함께 노년을 보낸다는 일에 행복해하며 감사한다. 누구나 부부 함께 해로하다가 같은 날 함께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큰 행복임을 바라고 소망한다. ‘나랑 같이 갑시다’ 오래 기억될 말일 것 같다. 나도 혼자 속으로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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