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100장의 티켓이 예매돼야 상영이 이루어지는 다큐 영화다. 비상식적인 배급방식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어 일단 티켓을 예매했다. 그런데,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2주 내로 96장이 더 팔려야 예매한 상영장소와 시간에 이 영화를 볼 수 있단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비상식적 힘을 기대하는 이 영화는 리차드 로빈스 감독의 ‘걸 라이징’(Girl Rising)이다.
유명 작가와 배우들이 참여해 9개국 소녀 9명의 이야기를 통해 저개발국 여성 문제의 현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걸 라이징’을 보고 싶게 만든 사람이 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에라리온의 10대 소녀 마리아마편을 연출한 한인 제니 리 감독이다. “그래도 마리아마는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아미나와 이집트의 야스민은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이라는 틀에 갇혀 영화 속에서 얼굴조차 공개할 수 없다”는 그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게다가 이집트 카이로의 13세 소녀 야스민은 조혼을 강요당하는 현실에 놓여있다고 한다.
하버드대 첫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의 ‘여성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다’는 강연 내용을 인용하면 전 세계 여성 6,000만 명이 공부를 못하고 66개국은 초등교육에서 성 평등에 도달하지 못한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에서는 수천명의 여아들이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피격을 받고 있다. 왜 여성을 교육해야 하냐면 여성을 교육할 때 실현되는 사회경제적 혜택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파우스트 총장의 말대로 미국도 여자라는 이유로 하버드대의 도서관을 드나들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여성이 교육받을 기회를 누리지 못한 건 19세기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병풍 뒤에 숨어 남학생의 수업을 몰래 듣고, 걸리면 책을 뺏기고 벌도 받았다. 그러나 용감하고 호기심 많은 이 여성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다큐 영화 ‘걸 라이징’에 등장하는 9명의 소녀들이 그렇다. 성경 속 달리다굼(Talitha cumi), “소녀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라는 메시지를 자신들의 삶과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소녀야, 일어나라.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다 탈레반에 피격된 파키스탄의 15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원하는 바이다. ‘물을 기를 수 있는 나이만 되면 결혼 시킨다’는 에티오피아의 소녀들이 조혼이라는 문화적 억압을 피해 도망치는 이유이다. 배움은 희망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배움을 갈망하는 소녀들 앞에서 너무 많이 배운 우리는 그 어떤 ‘사랑의 수고’(labor of love)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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