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 대통령 선거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겪었던 일이다. 대선 당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는 그날 자정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박근혜 후보가 당사 대변인실에 들러 기자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당시 역사적 현장에서 당선인 본인의 육성 인사말을 독자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미주 한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요”라는 질문을 했으나 결국 대답은 듣지 못했다.
사실은 당시 선거 며칠 전부터 당 관계자들에게 했던 몇 가지 취재 요청들도 쉽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것이 한국의 정치권과 한국사회에 깔린 미주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벤처 신화를 이룬 미주 한인 1.5세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박근혜 정부의 꽃’으로 불리는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에 발탁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그의 이중국적 신분을 두고 연일 벌어지고 있는 공방을 보고 있자니, 그를 향한 논란이 미주 한인들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모습인 것 같아 지난해 말 느꼈던 씁쓸함이 다시 입가에 감돈다.
김종훈 사장의 장관 임명은 미주 한인사회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다. 1.5세로서 정체성 혼란을 이겨내고 주류사회에 당당히 그의 이름을 각인 시킨 후 조국을 위해 한국 정부 장관 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박수 보낼 일이다. 이같은 인재들이 한국에 들어가서 주요 직책에서 활약하는 것은 그들 개인에게도 기회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세계적으로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 매우 다른 것 같다. 그 인물의 본질은 생각지도 않고 미국 시민권을 가졌다고 해서 손가락질하거나 마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끓는 배타적 인식이 문제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쇄국정책의 올가미에 갇혀 있던 구한말도 아닌데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김종훈 장관 내정자는 국가에 이바지할 인물이다. 이중국적 문제가 돼 김 내정자가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물러난다면 한국으로서는 손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논란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논란이 미주 한인사회에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한인 1세들은 한국을 그저 해바라기처럼 바라만보기 보다는 자녀들이 이곳 미국사회와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양육하는 진정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모습으로 서기를 바란다. 후세에 인정받는 인물 배출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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