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소재 완키 초등학교의 체육시간. 체육시간 전면 부활이 어린이 비만을 막아준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주관적 의견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 가운데에는‘참’이 아닌 허위가 많다. 듣기에는 그럴 듯한데 사실과 다른‘짝퉁 진실’도 더러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비만이나 체중감량과 관련된 부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다음의 명제가 맞는지 틀리는지 각자 한번 맞춰보라.
첫째,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부활된다면 어린이 비만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어머니의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뚱뚱해지지 않는다. 셋째, 갑작스런 벼락치기 다이어트를 피하라. 하루 1마일만 걸어도 5년 안에 50파운드 이상을 줄일 수 있다. 자신 있게‘정답’을 외치기에는 다소 어려운 질문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어느 순간엔가 틀림없는 사실로 둔갑해 버린 그럴싸한 짝퉁 진실이다.
모유 먹이면 비만 방지·야채가 체중감소에 효과 등
그동안 알려진 사실들 대부분 과학적 근거 없어
개인의 주관·편견이 합리적으로 보여지는 착각일뿐
버밍햄 소재 앨라배마 대학 부설 뉴트리션 오비시티 리서치 센터의 데이비드 앨리슨 박사도 오랫동안 이들을 어김없는 사실로 믿었다.
그는 최근 동료들과 함께 사실 바로잡기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지난달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앨리슨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비만에 관한 7개의 ‘미신’과 근거 없는 6개의 가정을 추려내 제시했다. 이들은 또 확실한 사실이긴 하지만 신속한 감량을 전혀 약속하지 못하는 9개의 진실도 함께 전달했다. 예컨대 “벼락치기 감량은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 따위의 하품 나는 참말이 여기에 속한다.
앨리슨 박사의 사실 바로잡기 시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록펠러 대학 비만 전문연구원인 제프리 프리드만 박사는 “다른 어느 곳보다 허위정보들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 바로 이 분야”라며 앨리슨 박사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피츠대학 체중관리센터 초대 원장인 매드린 펀스트롬 박사 역시 “비만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은 이미 통제 불능상태”라며 프리드만 박사의 평가에 동조했다.
앨리슨 박사는 비만과 체중감량에 관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을 ‘확정’지으려 시도했다. 매일 체중을 재는 것이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그의 지론도 그 중 하나였다.
앨리슨 박사는 이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실하게 입증한 논문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놀랍게도 그 같은 연구결과는 단 한 건도 나온 게 없었다.
2,000명 내지 3,0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한 후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매일 체중을 재게 하고 다른 그룹은 체중을 재지 말도록 한 다음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이들 사이의 차이를 조사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상관관계의 진위판별이 가능할 터인데 50년이 넘도록 비만연구가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체중 재기와 감량 사이의 사실관계를 밝혀줄 기본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지론도 결국 입증되지 않은 ‘나만의 주관적 진실’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이 사실로 믿고 있는 ‘비만 진실’ 가운데 상당수는 신뢰도가 낮은 지극히 취약한 연구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 많다. ‘아침식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날씬하다’는 통설도 이 범주에 속한다.
확인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끌어낸 연구는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침밥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사람들에게 조반을 규칙적으로 먹지 않거나 아예 거르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날씬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물어 통계치를 작성한 다소 억지스런 결론이다.
실제로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아침을 먹게 하고 다른 한쪽은 굶게 한 뒤 장기간의 경과기간을 두고 결과를 살피는 과학적 절차가 생략된 조사였으니 신뢰도는 바닥수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틀림없는 사실로 받아들인다.
허위 사실을 솎아내기 위해 연구 문헌을 뒤진 앨리슨 박사는 이들이 대부분 ‘이성의 편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지극히 합리적으로 들리기 때문에 사실이 분명하다는 착각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감량 목표를 정해야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본보기에 속한다. 일반인들의 합리적인 평균 감량치는 대략 체중의 10% 정도다. 그렇다고 감량목표를 10% 정하는 것은 최상의 전략인 것은 아니다.
앨리슨 박사는 “만약에 환자가 체중의 25%를 감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정직한 대답은 ‘아니오’지만 만약 그가 내 목표는 25% 감량이라고 말한다면 ‘시도해 보세요’라고 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심찬 목표와 달성 가능성 사이의 상관관계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환자에게 의욕과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만과 감량의 미신은 이래서 계속된다.
◆ 비만과 감량에 관한 미신
-하루 1마일씩 걸으면 5년 안에 50파운드를 줄일 수 있다.
-온건한 정도의 살을 뺄 수 있도록 현실적인 감량 목표를 세워라.
-감량 의욕이 지나치면 좌절을 느끼게 되고 결국 포기하고 만다.
-다이어트에 대한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로 끝난다.
-감량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해야 한다. 지나치게 빨리 감량을 하면 단시간 내에 체중이 원상복귀 한다.
◆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
-어린 시절의 섭생과 운동 버릇이 평생 지속되는 체중의 토대가 된다.
-체중감소, 혹은 증가를 막기 위해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요요 다이어트는 사망률을 높인다.
-간식을 많이 하는 사람은 체중이 늘고 뚱뚱해진다.
-자전거 전용로와 조깅 코스, 행인도로, 공원 등을 신설하면 주민들의 비만 방지에 도움이 된다.
◆ 확인된 사실
-유전은 비만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결코 바꿀 수 없는 운명은 아니다.
-운동은 체중 유지에 도움을 준다.
-일부 처방약은 감량과 체중조절에 유용하다.
-감량 수술은 이것이 적합한 환자를 장기적인 감량으로 인도하고 당뇨병과 사망률을 낮추는데 일조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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