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이런 말 한두 번은 들었으리라 말한다면 표현이 좀 과장의 반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짜증이 날만큼 듣는 말이다. ‘How do you spell...?’ 전화통에 하루에도 골백번은 듣는 말이다. 이름 한자 한자 Spell 해준다. 글자 사이에 칸을 뗀다 붙인다. 그나마 한번 대답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말 또 하고 한말 또 한다.
동서남북 온천지 세계에서 몰려온 인간들의 두루 뭉실 발음으로 정보를 주고받자니 말해주는 주는 입이나 받아 듣는 귀나 피곤함은 매일반이다. 거기에다 요상한 이메일 주소까지 첨가되고 보니 본론에 가기 전에 주소하나 통성명 하는데 진을 빼고 낭비 되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거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의동 48.’
내 호적에 본적으로 적혀있는 집 주소다. 이걸 갖고 어떻게 Spell 하느냐 칸을 떼느냐 붙이느냐 시시콜콜 전화통에 물어보는 대한민국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꺼다.
끝.
통성명 끝.
본론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게 한글이다.
’112 Ellery Street, Cambridge, Massachusetts.’
내 호적에 미국 본적이 있다면 내 놓을 수 있는 주소다.
이걸 전화로 누구에게 전달한다면 전화 받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금방 끝날 수 도 있고, 경우에 따라 거짓말 보태 반나절은 소비할 수 도 있다.
끝.
통성명 끝
본론에 금방 들어갈 수 도 있고 본론 전에 전화통에 반나절을 매달릴 수 도 있다. 이게 영어다. 더 미치는 영어가 있다. 얼마 전까지 아이들 키우면서 내가 살던 내 옛날집 길 이름이다. Knickerbocker Drive.
‘케이엔아이씨케..’ ‘뭐라고요? 케이엔 이...?’ 이러다 보면 하나하나 불러주던 내 자신이 혼란해진다. ‘아, 저 뉴욕의 프로 농구팀 Knickerbocker 있지않아요?’ 그래도 먹통. 두루 뭉실 국제 발음이건 토종식 미국 발음이건 고생은 매일반이다.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
OneTwoThreeFourFiveSixSevenEightNineTen.
한글로 일에서 십까지 가는데 소요 시간은 대략 0.8초.
영어로 One 에서 Ten 까지 가는 데는 대략 1.5초.
보다 젊고 빠른 입술은 이보다 빠를 수도 있겠고 보다 늙고 느린 입술은 이보다 느릴 것이 당연하다. 허나 분명하다고 다짐할 수 있는 하나는 한글이 영어보다 정녕 빠르다는 거다.
몇 조분의 일초를 따진다는 수퍼컴퓨터 시대에 스피드 는 그대로 강약의 차이와 빈부의 차이를 만든다. 때문에 경제대국간의 수퍼컴퓨터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분야 역시 얼마 전까지는 미국의 독점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 간에 스피드로 일 이등 순위가 가끔 뒤바뀌는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그렇다면 수퍼컴퓨터가 선호하는 언어는 어느 걸까? 질문도 아닌 우문을 하는 게 아닐까 하면서도 한번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또 역시 우답을 한다면 어쩐지 한자는 싫어할 것 같다. 일본어? 이 역시 한자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결국 영어와 한글의 대결?
그러나 대화상의 언어와 문자 상의 언어가 그 전달 방식과 그 스피드가 다른 만큼 한글이 문자 상으로도 빠르다고 단언할만한 근거와 그를 뒷받침 해줄만한 언어공학 실력은 없다.
언어공학?
더더구나 수퍼 컴퓨터와는 안면조차 없으니 우문우답과 언어상의 비교는 여기서 끝.
다만 오늘 이 화제를 쓰게 된 동기가 있었다.
전화 속 에서 단 한마디도 되묻지 않고 이메일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일사천리로 해결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 거다. 가는 정보도 오는 정보도 서로가 그야말로 스무스 하게 주고 받은 거다. 더 신기한 것은 그쪽도 한국사람, 이쪽도 한국사람. 일을 하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 너무나 속이 후련하여 한번 써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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