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탐구에 이토록 몰두한 적은 없었다. 신문, 잡지, 온라인매체까지 닥치는 대로 수집, 분석했다. 지난 주말 할리웃에 진출한 한국감독의 영화 2편이 세상에 나왔다. 김지운 감독의 액션영화 ‘라스트 스탠드’(The Last Stand)가 미전역 극장가에서 개봉했고, 이어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Stoker)가 인디영화의 상징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됐다.
라이언스 게이트가 배급한 ‘라스트 스탠드’는 평점과 흥행면에서 성적인 신통찮다. 우려한 대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이라기보다는 주지사에서 다시 배우로 돌아온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컴백작이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LA타임스의 특집 기사 ‘언어에 상관없이 액션은 액션일 뿐이다’도 손이 아플 만큼 긴장시키는 액션에 익숙한 미국 관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깨알 같은 김지운표 유머는 확실히 좋았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 ‘달콤한 인생’에 열광한 관객들이 기대한 누아르 장르 공식의 파괴 같은 신선함이 없었다는 평가다.
다음으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시사를 한 ‘스토커’는 아직 개봉 전이라 흥행성적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영화제 리뷰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이 매혹적이고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세련된 뒤틀림이 보이는 박찬욱표 영화라는 호평이 있고 D-라는 점수를 매긴 악평도 나왔다. 호평도 악평도 아닌 ‘미친 영화’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스토커’의 비주얼만큼은 확실히 기대 이상인 듯하다.
두 감독 모두 전작을 리메이크하는 식의 할리웃 데뷔는 아니었다. 할리웃 시나리오로 쟁쟁한 할리웃 명배우들을 캐스팅했고,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제작비로 할리웃 영화를 완성했다. 물론 아직 흥행면에서 검증된 감독이 아니기에 제작 규모는 인디영화 수준이었다. ‘라스트 스탠드’는 마케팅을 포함한 제작비가 5,000만 달러. ‘스토커’는 다음달 28일 개봉을 앞두고 폭스 서치라잇이 마케팅에 얼마를 쏟아 부을지 모르겠지만 순수제작비만 1,200만 달러라고 한다.
인디영화는 제작비 4,000만 달러를 넘지 않고 마케팅 비용으로 1,500만 달러를 투입하는 장르영화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작가 정신에 충실한 작품을 추구하여 만들어지는 그런 영화.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할리웃 영화계가 한국 감독들에게 메가폰을 맡긴 이유가 바로 ‘작가정신’에 대한 존중 아닐까. 중국(홍콩)의 존 우, 일본의 나카다 히데오 등의 아시안 감독들에 이어 할리웃이 가장 흥행작을 내기 힘든 예산으로 한국의 두 감독에게 영화를 제작하게 만들었다. 뚜껑을 이미 열렸고 이제 그 결과에 따른 한국영화 감독의 미래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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