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요리법 담은 ‘김치 쿡북’ 출간
여덟 살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간 로린 전(여·42) 씨는 어머니로부터 "김치는 미국 사람들과 함께 나눠 가질 만한 음식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특유의 강한 냄새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김치를 내보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제 뉴욕 맨해튼의 고급 식재료점 ‘홀푸드마켓’이나 ‘딘 앤드 델루카’에서는 유리병에 담긴 김치를 현지인들이 앞다퉈 사간다. 전씨가 2009년 창업한 ‘장모김치(Mother-in-Law’s Kimchi)’의 제품이다.
최근 다양한 김치 요리법을 담은 책 ‘김치 쿡북: 60가지 전통·현대 김치 요리법’을 미국에서 출간한 전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김치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책 출간 계기를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던 그가 김치 사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실직하면서부터였다.
그전에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프랑스, 이탈리아의 와인과 음식에 매료된 경험이 있던 그는 실직 후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양한 음식으로 이뤄진 전채요리 타파스에서 김치의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김치를 줄곧 먹어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럽 음식문화와 김치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양한 재료와 맛이 어우러진 타파스를 보니 김치가 떠올랐죠. 와인, 치즈와 같은 발효 음식과도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그는 1989년부터 캘리포니아 가든그로브에서 설렁탕집 ‘장모집’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 전영자 씨로부터 김치 만드는 법을 전수받아 장모김치를 출시했다. 한인을 상대로 한인 마켓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을 직접 공략했다. 그것도 맨해튼 플라자호텔의 ‘플라자 푸드홀’을 비롯한 고급 식품매장에 자리를 차지했다.
고객은 대부분 미국인이지만 그들의 입맛에 맞춰 덜 맵거나 덜 짜게 만들지는 않는다.
"새우젓이나 멸치액젓을 넣지 않고 만들어 파는 김치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김치, 진짜 한국인들이 먹는 김치 그대로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김치가 지나치게 맵고 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만든 김치는 아주 균형잡힌 맛을 내죠."
만드는 방식은 전통 그대로이지만 먹는 방식은 미국인의 식습관에 녹아들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나온 책 ‘김치 쿡북’에는 오이소박이, 물김치, 파김치와 같이 봄·여름에 먹기 좋은 김치와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처럼 가을·겨울에 먹는 김치 등 30가지 김치 요리법 외에도 김치를 활용한 요리법 30가지가 담겼다. 김치 홀란데이즈 소스를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그릴드 김치 치즈 샌드위치, 김치 리조토, 김치 자몽 마르가리타 등이다
"김치를 먹기 위해서 한국 음식을 한 상 차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미국 음식과 함께 조리해 미국 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미국에는 유산균이 들어 있는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김치를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소화도 잘 되고, 알레르기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죠."
책을 쓰면서 한국음식의 매력도 새로 발견했다.
"미국 사람들은 일본 음식하면 예쁘고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 음식은 마늘만 많이 넣고 강한 맛을 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한국의 전통음식은 색깔이든, 영양이든 균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음식입니다. 맵고 짠 음식만이 아니라 여러 맛을 내는 음식이 한 상에 놓이죠."
강연이나 시연 등을 통해서도 김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전씨는 "김치 외에도 더 많은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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