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사퇴했다. 양보가 아니라 사퇴다. 문재인과 의논이 없는 사퇴다. 그의 사퇴발표장은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과 끌어안으며 시장출마를 양보했던 그런 장면이 아니다. 문재인이 불참한 사퇴발표다.
그는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면서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방식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제 마지막 중재안은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의 사퇴발표 장면을 살펴보면 그가 왜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의 그림을 읽을수 가 있다.
안철수는 결국 기존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것이다. 한국정치가 그를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로 만들어 버렸다. 개혁의 대상인 민주당을 업고 개혁을 외쳤으니 돈키호테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더구나 문재인은 민주통합당 경선을 거쳐서 올라온 후보다. 죽어도 안철수에게 양보 못할 입장이다. 문후보가 양보 못할 줄 알면서 단일화를 한다고 했으니 이것 또한 돈키호테적 발상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우기는 것이 돈키호테 아니고 뭔가.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비관해 자살한 사람도 있다. 전북 완주군 50대의 어떤 남자는 “두 후보님께 드린다”는 유서를 남겨놓고 아파트 1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두분 다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뜻 모아 한분은 수레를 끌고 한분은 밀어주면서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유서내용이다. 정말 한사람이 앞에서 끌면 다른 한사람이 뒤에서 밀어줄까. 그렇게 되기에는 안철수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큰 것 같다. 그의 눈물이 말해준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안철수 현상의 핵인데 그 자신이 기성정치권에 밀려나는 안철수 현상의 한계를 보인 것이다. 이는 무소속의 한계이기도 하다. 진보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구태의연한 장난을 하는 한국정치의 바닥을 안철수가 이번에 들여다보고 너무나 실망한 것이다. 그의 사퇴전날 안철수 캠프의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문자메시지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착신전환을 유도하는 부정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문재인과의 단일화작업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정당조직이 얼마나 무서운 가 실감했을 것이다.
결국 안철수는 새누리당의 선거본부장 김모씨가 언급한 것처럼 문재인의 표 모으기 불쏘시개 역할밖에 못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외친 그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왜 중도보수파가 안철수에 관심을 보였는가. 친북으로 기울어진 현 야당세력을 대신할 온건 리버럴의 등장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끝났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보기보다 상당히 엉큼한 데가 있는 사람이다. 만약 문재인이 박근혜에 패하는 날엔 민주당이 존립의 위기를 맞으면서 개혁 수술대에 오를 것이다. 그때에는 제2의 안철수 현상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그가 사퇴성명에서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 합니다”라면서 “잠시”라는 꼬리를 단 것이 때가 오면 컴백 하겠다는 그의 뜻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이건 제2의 안철수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그때 그의 ‘마이웨이’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돈키호테가 되느냐 영웅이 되느냐. 이것이 안철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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