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LA의 발렌시아 컨트리클럽에서 한국대통령배 골프대회가 열렸을 때다. 양식을 싫어하는 어떤 친구가 디너파티에서 김치 병을 열었다. 냄새가 홀을 진동하자 식당매니저가 달려와 “이곳에서는 김치를 못 먹는다”고 상을 찡그렸다.
최근 LA의 어떤 컨트리클럽 메뉴에 라면이 선보이면서 김치도 등장하자 일부 백인회원들이 냄새난다고 불평을 털어 놓았다. 이들은 매니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러자 매니저 왈 “김치냄새가 싫으면 당신들이 다른 컨트리클럽으로 옮기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시오”라고 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세상이 변했을까. 70년대 초에는 컨트리클럽에 코리언은 회원이 없었다. 지금은 골프인구가 늘어 LA의 유명한 골프장에는 한인이 넘쳐나 여기저기서 코리언들이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댄다. 라운딩이 끝나면 맥주를 얼마나 마시는지 식당매상의 대부분을 코리언들이 올린다. 또 씀씀이도 화끈해 서울서 온 손님들은 프로샵에서 골프장의 로고가 들어간 골프화, 셔츠, 모자 등을 귀국 선물용으로 한보따리 주워 담는다. 프로샵의 매상도 한국인들에게 목을 매고 있다. 이래서 “김치냄새 싫으면 다른 데로 가면 될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Money talks’라는 말이 있지만 선거에서는 숫자가 말한다. 아무 숫자나 알아주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 숫자가 많아야 하고 그중에서도 등록된 유권자 수가 많아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등록되지 않은 유권자는 투표권이 없으므로 선거에서는 시체나 마찬가지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1975년에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다. LA 한인사회 대표들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이것저것 부탁하며 코리아타운이 얼마나 번창하고 있는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한인들도 브라운에게 선거후원금을 낼 능력이 있음을 은근히 암시했다. 브라운 지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더니 “코리아타운이 번영하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한인 유권자가 몇 명이나 돼요?”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당시만 해도 코리아타운에 사는 한인들은 갓 이민 온 사람들이라 시민권이 없어 유권자는 거의 없는 형편이었다. 캘리포니아 전체를 통틀어 수천 명 될까 말까 한 형편이었다. 브라운 지사의 질문에 한인대표들이 대답을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던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나는 브라운과 단독회견을 해보려고 따라 갔었는데 인터뷰 요청이 먹혀들지를 않았다.
지금 같으면 주지사가 기자의 인터뷰에 쾌히 응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한인유권자는 현재 13만1,425명이다. 13만명의 유권자를 무시해?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러나 아직도 가주 전체유권자(1,717만명)의 0.8%에 지나지 않는다.
2주일 후면 미국 대통령선거다. 엊저녁 오바마와 롬니의 마지막 TV토론이 있었는데 공화당의 롬니가 상상외로 의젓하고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원래의 흐름은 오바마가 대세였는데 TV토론 이후 롬니의 인기가 치솟아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도가 47%대 47%로 백중지세를 이루고 있다. 내 한 표가 무슨 영향을 주겠느냐는 생각에서 투표를 포기하는 한인들이 있는데 이건 큰 오산이다. 부시가 플로리다 주에서 537표 차이로 민주당의 고어에게 이겨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던가. 수소민족의 표는 스윙표 역할을 해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선거에서는 표가 말한다. 표가 곧 코리언의 목소리다. 후손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투표에 참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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