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차떼기당으로 불린 한나라당을 일으켜 세웠고 그 후 수많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으며 올해 4.11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간판으로 야당연대 세력을 누르고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신이 출마한 대통령선거에서는 패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다. 선발전에는 뛰어난데 마지막 승자를 판가름 내는 수퍼보울에는 약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박근혜 스타일로 밀어붙여 성공했지만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하는 대통령선거에서는 박근혜 스타일이 통하지가 않는다. 방대한 참모진이 움직여야 하고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선거진영내의 원만한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식당주인이 돈 벌려면 웨이트리스들이 잘 뛰어 주어야 되는 원리나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뛰어난 리더십을 지닌 정치인이다. 대부분의 여당 후보들이 표가 떨어지는 것을 의식해 임기 말기의 대통령을 당에서 밀어냈으나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고 함께 가는 새 풍토를 시범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권자들에게는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바뀌면 같은 여당의 인수인계가 아니라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는 박 후보의 신뢰와 변화를 기초로 한 뛰어난 이미지 메이크업 능력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통합을 선거구호로 내건 박 후보가 당내 화합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으니 보통 역설적인 현상이 아니다. 자기들끼리의 화합도 못하면서 국민통합을 외치는 보수에 유권자들이 실망할 것은 뻔한 일이고 잘못하면 중도층의 표가 우수수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는 필패다. 게다가 떨어져 나간 보수 중도층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날엔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박근혜는 지난번 대선에서 믿었던 강재섭계가 돌아서는 바람에 막판에 이명박에게 고전하는 뼈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선거에서 참모에게 배반당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고 그러다보니 비밀스런 일은 가장 믿는 측근들과만 의논하는 체질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끼지 못한 참모들의 심경은 어떨까. 자신들은 B급 참모이고 들러리라는 느낌을 갖기 마련이다.
새누리당의 DNA가 이번 기회에 바뀌어져야 한다. 예스맨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재의 체질은 저항력이 약해 당이 병들기 쉽다. 새누리당이 공당이 아니라 박근혜의 사당처럼 보인다. 일부 핵심측근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는 당연한 논리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국민통합에 비협화음을 내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부터 선거진영에서 뒤로 빼야한다. 이를 내부의 권력싸움으로 본다면 세상을 보는 박근혜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안철수 돌풍이 왜 일어났는가.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정치인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주제는 변화다. 박근혜 후보도 변해야 한다. ‘공주 박근혜’에서 ‘보통사람 박근혜’로 이미지가 바뀌어져야 한다. 말춤 흉내내는 정도로는 안되고 박 후보부터 자신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박근혜가 바꾸네”를 “박근혜가 바뀌었네”로 스스로 선거구호를 내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세론은 이제 물 건너갔다. 박근혜 찬가는 지금 한국정가의 빌보드에서 50위 밖으로 밀려났다. 새누리당 난국수습을 통해 박근혜가 ‘정치인 박근혜’, ‘준비된 대통령 박근혜’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필요하면 읍참마속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공격적이라야 국민의 감동이 따른다. 리더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 한발 먼저 민심을 읽어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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