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거제에서 출생했고 부산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부모는 함경도 집안이다. 흥남이 고향인 그의 부모는 그 유명한 6.25전쟁의 흥남철수 작전 때 미군함으로 극적인 북한탈출에 성공, 거제도에 내려와 피난민 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문재인을 낳았다. YS도 거제 출신에 경남고를 나왔지만 두 사람은 뿌리가 좀 다르다. 문재인은 몇 년전 어머니와 함께 북한에 가서 이산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문재인은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으나 판사직에 임용되지 못했다. 경희대시절 학생회 총무부장으로 유신반대 시위를 주동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학교에서도 제적된 경력 때문이다. 제적되자마자 강제 징집돼 특전사 수중 폭파원으로 지명차출 되었으니 유신이라면 이가 갈릴 만도 하다.
그가 국립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박정희 대통령 묘지를 참배하지 않은 데에는 그의 유신에 맺힌 개인적인 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런데 국민단합 용광로 정책을 외치면서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대통령 묘지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안된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묘에만 참배했다. 그가 방명록에 자신의 의지를 DJ에게 뭐라고 표현 했을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썼다. 이는 그가 집권하면 재벌, 검찰 등 특권층을 수술하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그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재벌들이 제일 겁먹고 있는 ‘경제 민주화’는 문재인이 내건 ‘경제 민주화’다. 예측을 불허하는 대대적인 수술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대선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앞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 성공여부다. 그리고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다. 단일화 작업을 둘러싸고 두 사람이 아웅다웅 하면 추태를 보이기 쉽고 그렇게 되면 표가 떨어진다. 또 나누어먹기 식 스타일의 타협은 유권자에게 실망을 주기 쉽다. 국민 감동이 없는 단일화는 실패작이다.
어떻게 단일화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문재인의 최대 위기이고 한편으로는 ‘정치인 문재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도 된다. 위기인 동시 기회다. 무엇보다 단일화는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라야 한다. 투표나 여론조사 등에 의존하면 잡음이 나기 쉽다. 그러나 경선을 피하려면 안철수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두 사람이 각자 득표 작전을 벌이다가 선거 막바지에 극적인 담판을 짓는다는 것이 문재인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 ‘박원순 스타일’로 가는 것이 그의 모범답안이다. 그게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까. 여기에는 문재인의 지지율이 안철수 지지율을 앞서야 한다는 조건이 필수다. 안철수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날엔 ‘담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안철수에 흡수될 수도 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통이며 친노계의 보스다. 그는 노무현의 그림자였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안고 가야한다. 문재인이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참여정부도 지금의 문재인처럼 정치개혁, 탈 권위를 내걸어 국민에게 어필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임기말년 민심이 극도로 이탈하여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진보’라는 단어에 먹칠을 해놓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는 아직도 ‘노무현 스타일’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문재인 스타일’을 선보여야 한다. 그의 고민은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가며 ‘문재인 스타일’을 창조해야 하는 두 얼굴이다. 이는 안철수와의 담판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 장애물이기도 하다.
<이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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