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실업 속 `성공한 경제대통령’ 도움 절실
클린턴도 롬니 당선시 치적 사라질까 걱정
빌 클린턴(66)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밤(한국시간 6일 오전) 버락 오바마(51) 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오바마를 지지하는 연설을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온 지 11년 지났지만 지금도 국민 호감도가 66%(갤럽)에 달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보다 호감도가 10%포인트 이상 높다. 특히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는 호감도가 클린턴 61%, 오바마 42%로 무려 19%포인트 차이(폭스뉴스)가 난다.
백인 유권자는 흑인인 오바마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상당 수준의 표를 확보해야 하는 계층이다. 클린턴은 남성, 무당파층,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도 60% 이상의 호감을 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월 직접 전화를 걸어 클린턴에게 후보 지명과 연설을 부탁했고 클린턴은 쾌히 승낙했다고 ABC 방송은 4일 전했다.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오바마와 클린턴 부인인 힐러리 당시 상원의원(현 국무장관)이 접전을 벌였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클린턴은 경선 당시 오바마 선거캠프가 자신의 힐러리 선거운동 지원을 트집 잡자 버럭 화를 냈을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고 2009년 11월 뉴욕 맨해튼에서 오바마와 클린턴이 비공개 오찬을 할 때까지 둘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중간선거(상.하원의원과 주지사 선출) 때 지원 유세와 모금 운동을 하면서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듯 보였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한 예로 지난 6월 클린턴은 조지 W 부시(공화) 전임 행정부의 부유층 감세 정책이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오바마 팀의 신경을 건드렸다. 부유층 감세는 오바마 공약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클린턴은 한때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사업가 경험을 치켜세워 `억만장자의 귀족 사업가’로 일자리보다는 이윤 창출에 더 관심이 있다는 쪽으로 비판을 가하던 오바마 측의 애를 먹였다.
그러나 오바마의 전화 요청 이후 클린턴과 오바마 진영 간에 이견이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ABC 방송은 클린턴이 오바마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면 4년 전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화해’가 이뤄지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두 사람이 뭉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롬니와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오바마는 정치적으로 생존(재선)하기 위해 그런 쪽으로 재주가 뛰어난 클린턴을 `정치적 파트너’로서 완전히 포용했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1993년 1월부터 2001년 1월까지 8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2천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연방예산 균형과 흑자를 이룬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측은 경기 회복이 더디고 실업률이 8%를 넘지만 오바마의 경제 정책과 클린턴의 과거 정책이 같은 연장선에 있음을 유권자에게 설득시키려 애쓰고 있다.
오바마 캠프의 짐 메시나 책임자는 "클린턴은 경제 실적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는 매우 믿을 만한 메신저(의사전달자)로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클린턴에게 손을 내민 이유를 밝혔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고 오바마 정권인수위원장을 맡은 존 포데스타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클린턴은 어떻게 하면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는 특히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유권자인) 백인 노동자층을 설득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 렌든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클린턴의 매력은 그가 켄터키.웨스트버지니아.아칸사스의 촌부가 될 수도 있고,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의 세련된 도시민일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클린턴의 지지층이 매우 다양하고 넒음을 강조했다.
이번 화해는 오바마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클린턴의 참모 출신인 선거 전략가 폴 베갈라는 "클린턴 처지에서 볼 때 롬니가 당선하면 클린턴이 이룬 모든 것과 추진하고 싶은 모든 것을 무산시킬 것"이라며 "클린턴과 오바마는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 경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클린턴은 오바마가 올바른 길을 가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오바마 캠프의 선거광고에까지 출연해 롬니가 부시 시대의 경제 정책으로 역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던지고 있다.
ABC 방송은 이 같은 공조가 `억지 결혼(forced marriage)’처럼 보이지만 클린턴은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설 수 있고, 오바마는 민주당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원로 정치인으로 신임을 받음으로써 `누이 좋고 매부 좋은(mutually beneficial)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캠프는 클린턴 측과 연설문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전했다.
경쟁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바뀐 클린턴의 오바마 지지 연설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민주당이 클린턴 연설에 도박(모험)을 하고 있다면서 클린턴이 5일 무대의 중앙으로 돌아오지만 오바마를 무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의 지지가 오바마에게 `든든한 자산(key asset)’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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