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인 후보가 제주, 울산에 이어 강원에서도 1위를 하여 종합성적 55.3%의 득표로 민주통합당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는 문제인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승자인 문제인 후보의 얼굴에 미소가 없다. 더구나 문 후보 자신이 스스로 “이겼지만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야당 선거전이 흥행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시시하고 맥이 빠져 있다. 원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선은 예측불가의 엎치락뒤치락에서 박력이 나오는 법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이 뽑힐 때 그랬고 2007년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대결은 명승부였다. 그런데 올해 야당의 후보선거에서는 스릴을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후보로 선출되면 안철수와 무슨 협상을 하느니 어쩌니 하니까 대통령이 아니라 국무총리감을 뽑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민주통합당의 현재 후보들 가지고는 박근혜와 싸울 수 없다는 말이 또 고개를 쳐들고 있다. 잠잠하던 ‘안철수 현상’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부실한 선거운영과 당 지도부 내의 갈등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스스로 자초한 현상이다.
올해 대선에서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늘부터 공화당 전당대회가 플로리다에서 열리는데 롬니 후보 부인까지 설치며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전당대회가 맥이 빠져 있다. 이대로 가면 오바마가 재선될 것 같다. 지난번 선거에서 흑인인 오바마와 여성후보 클린턴이 보여준 흥미진진한 정치 쇼를 공화당이 펼치지 못했다. 이번 미국선거는 오바마와 롬니의 대결이 아니다. 오바마 대 오바마 증오 세력의 대결일 뿐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야당에 스타가 없다. 한국에서는 3김 시대가 막을 내린 후 야당 투사다운 인물이 없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는 야당의 상징이다. 1956년 이승만 독재에 맞서 야당이 민주당을 창당한 후 신익희 씨(국회의장)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웠을 때부터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신익희 씨는 투표 6일을 앞두고 호남 유세를 가던 중 열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때의 야당 지지 열기로 미루어 신익희 씨가 비극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승만 대통령을 이겼을 것이라는 것이 당시 정치부 기자들의 회고다. 그리고 196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조병옥 박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와 이승만 대통령과 맞서다가 투표 한달 반 전 미국 월터리드 병원에서 치료 받던 중 또 세상을 떠났다. 신익희 씨나 조병옥 씨 모두 야당 후보로는 스타급에 속하는 후보였으며 특히 조병옥 박사는 수퍼스타에 속하는 통 큰 정치인이었다. 내가 올챙이 기자 때 정치부장을 하던 선배 기자에게 “한국 정치판을 오래 취재한 입장에서 어느 정치인이 가장 인상 깊었는가”라고 물었더니 “조병옥”이라고 말하던 것이 기억에 난다. 그 선배는 “조병옥은 기자들도 존경했다”며 그가 대통령이 못 된 것을 아쉬워했다.
지금 한국정치 무대에서의 스타는 박근혜다. 박근혜는 여당인데도 야당 후보처럼 보이고 민주통합당은 야당인데도 여당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고리타분해 보여서 그렇다. 박근혜를 꺾으려면 야당에서 수퍼스타가 탄생해야 한다. 문제인 후보가 박근혜 이미지를 누를 수 있을까. 그럼 안철수는 가능할까. 안철수는 젊은 층에 인기가 있을 뿐이지 정치판에서 야당을 대표하는 스타가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야당에 파이터가 없다. 문제인과 안철수는 야당 투사형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그런 정치경력을 쌓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 수퍼스타 결격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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