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동물들은 성행위를 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암컷과 수컷이 필요한 유성생식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그리 분명치 않다. 오히려 쓸데없는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수컷 장수풍뎅이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 쓰기 위해 커다란 뿔을 갖고 있다. 문제는 뿔의 길이가 몸길이의 절반에 달할 만큼 너무 커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장수풍뎅이가 무성생식을 했다면 이토록 무식한(?) 뿔은 애당초 필요 없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암놈 흰색 긴꼬리 극락조도 수컷의 유혹을 위해 몸길이의 세배가 넘는 꼬리를 장식처럼 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조차 이 새로 인해 골치를 썩었다고 한다. 도무지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온갖 불편함이 따르는 이처럼 긴 꼬리를 어떻게 갖게 됐는지 완벽히 설명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성행위는 이들보다 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성행위로 인해 원치 않는 파트너, 유전적으로 열등한 파트너의 유전자도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대다수 동물과 식물, 미생물들은 성행위를 할까.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한 개체들만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은 단순히 자신과 동일한 개체를 복제하는 동물들은 선호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와 ‘아니오’ 모두가 정답이다.
사실 많은 동물들은 자신을 복제한다. 어떤 말미잘은 자신의 몸에서 새싹을 틔우는 방식으로 번식하며 진딧물, 꿀벌, 개미도 무성생식이 가능하다. 심지어 귀상어, 칠면조, 보아 뱀, 코모도 왕도마뱀 또한 처녀생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동물들은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성행위를 한다.
생물학자들은 성행위의 최대 이점이 감수분열 시 유전적 재배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감수분열은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세포분열이다. 이를 통해 부모의 유전자 조합은 분해돼 새롭게 배열되고 그 배열이 정자와 난자 속에 남는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유전자 조합은 진화적으로 더욱 우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구상에는 평생토록 성행위를 하지 않는 동물이 딱 하나 있다. 연못에 사는 윤형동물인 ‘질형목(Bdelloidea)’이 그 주인공. 몸길이가 채 1㎜도 되지 않는 질형목은 무려 8,000만년이나 성행위 없이 종족을 보존 중이다. 대체 비결이 뭘까. 하버드대학 생물학 교수인 매튜 메셀슨 박사팀은 지난 수년간 질형목의 분자유전구조를 연구했는데 이들을 극도로 높은 수준의 전리방사능에 노출시켜 DNA 가닥을 수백토막 냈음에도 완벽히 게놈을 재생해냈다. 이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막강한 생명력이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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