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축구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한국팀에 두 번째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축구 4강전은 남미축구와 동양축구의 대결이었다. 만약 일본이 멕시코를 꺾고, 한국이 브라질을 꺾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승전에서 한일대결이라는 스릴을 넘어 동양축구가 세계 축구판도를 뒤집어 놓는 이변을 기록했을 것이다.
일본신문 보도에 의하면 일본인들은 이번 올림픽축구에서 대부분 이렇게 추측 했다고 한다. 한국과 영국 경기에서는 영국이 이길 것이고 영국과 브라질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이길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멕시코를 꺾을 것이다. 결승전은 일본과 브라질의 대결이 될 것이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은 바로 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본은 멕시코에 3대1이라는 자존심 상하는 스코어로 패배했다. 그리고 동메달전에서 일본선수들이 가장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한국 팀과 맞붙게 되었다. 일본은 한국과의 대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축구는 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까. 축구는 나르시시즘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나르시시즘은 자아도취다. 희랍의 신화에 등장하는 미남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여 샘만 들여다보다 빠져죽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독일 정신과 의사가 이와 관련해 나르시시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축구응원은 집단 나르시시즘이다. 나 혼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축구경기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내가 이긴 것처럼 기쁨을 느끼게 되고 상대방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사회에 대한 불만, 자기 열등감 등이 집단 나르시시즘에 의해 잊혀지고 국가의 승리만 생각하게 된다. 정신적인 마약이다. 그래서 독재자일수록 축구경기를 장려한다.
한국축구 대표팀이 4강에 오른 것에 가장 큰 박수를 보낸 사람은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날씨는 찌고 경제악화가 겹쳐 짜증만나는 현 상황에서 축구가 국민들의 불만을 잠시 잊게 하는 역할을 단단히 해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영국으로 날아가 브라질과의 대전을 관전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하려 했으나 참모들의 만류로 런던행이 취소된 모양이다.
브라질 축구는 왜 강한가. 그것은 아르헨티나인들이 탱고에 능하고 오스트리아인들이 월츠를 잘 추며 미국인들이 야구에 뛰어난 것이나 비슷하다. 브라질에서 축구는 국민 스포츠다. 초등학교마다 축구팀이 있고 동네마다 축구클럽이 있다. 축구를 잘 하면 돈 방석에 앉는다. 브라질 대표팀 선수 1명의 몸값이 한국 대표팀 전원의 몸값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티아구 실바의 경우 4,000만유로(558억원)이며 한국선수 중 가장 많이 받는 박주영은 400만 유로(56억원)에 불과하다. 축구선수 되는 것을 인생의 최대목표로 삼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은 병역면제로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나 축구가 국민들의 몸에 배어 있지가 못하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우승 못지않게 이번 올림픽에서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을 연장전에서 승부차기로 이긴 장면은 두고두고 국민의 가슴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브라질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지만 한국팀 선수들이 영국과의 대전에서 너무 진을 빼 피로가 풀리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개최국인 영국은 이번에 축구 우승으로 올림픽 분위기를 제압하려 했으나 예상치 않은 상대에게 패배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영국인들의 아픔을 생각하자. 브라질과의 패전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자. 브라질에 이겼으면 기적이고 졌으면 보통이다. 동메달에서 일본과의 대전이 한번 더 남아있다. 일본에게 진다면 그건 정말 속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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