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폭격을 받아 없어졌지만 서울 충무로 5가에 ‘조선극장’이라는 영화관이 있었다. 이 영화관에서는 타잔 영화를 자주 상영했는데 어른들과 아이들로 극장이 초만원을 이루어 여름에는 사우나탕을 방불케 했다(당시에는 극장에 에어컨이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나는 타잔 영화를 보기위해 삼촌들에게 데리고 가달라고 항상 졸라댔는데 당시의 타잔 조니 와이즈물러는 나의 우상이었다. 그가 강에서 전속력으로 헤엄쳐 달려가 애인을 구하는 장면, 악어와 물속에서 싸우는 용맹스러움은 어린이들의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었다. 타잔 흉내를 내느라 나는 어린 시절 장충공원 흙탕 연못(지금의 신라호텔 앞)에서 죽어라고 수영을 배웠다.
타잔인 조니 와이즈물러가 올림픽 수영종목에서 금메달을 5개나 딴 수영계의 신화적인 존재였다는 것을 안 것은 내가 기자가 된 후였다. 와이즈물러는 1924년과 1928년 올림픽에서 100m 자유형 등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을 5개나 목에 걸어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이때 헐리웃이 그를 재빨리 ‘타잔’으로 선발해 하루아침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와이즈물러는 독일계 이민이었기 때문에 미국 내 독일 커뮤니티의 자랑이요 긍지였다. 그러나 그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결혼을 다섯 번이나 하는 등 흥청거리다 말년에 타잔답지 않게 풍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며 세상을 떠났다.
당시 와이즈물러의 100m 자유형 기록은 59초다. 60초의 벽을 깼다하여 수영계의 신화로 떠올랐다. 59초라. 이 기록은 지금 미국에서 고등학교 수영선수들의 실력밖에 안된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리스벳 트리켓이 세운 세계기록은 51.01초다.
인간이 세운 신기록은 인간에 의해 깨진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으로 이 한계가 깨지는 순간을 보는 것이 올림픽 관전의 즐거움이다. 올림픽은 인간의 한계극복 축제 한마당이다. 올림픽 정신이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로 되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의 올림픽 경기는 국가의 이미지가 너무 중요시 되어 집단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자기나라 팀을 지나치게 응원한 나머지 오만과 편견을 갖게 되며 정치선전의 마당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번 런던올림픽 역도부문에서 우승한 북한의 임윤철이 “나의 실력향상 비결은 없다.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이 그 대표적 케이스에 속한다. 웃다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올림픽 해프닝이다.
올림픽은 기록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화가 개혁된다는데 의미가 있다. 1908년 이전에는 올림픽에 여자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었다. 그리스가 처음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는 남성들이 나체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여자들은 관람조차 할 수 없었으며 몰래 남장을 하고 구경하던 여성이 적발된 후 사형처벌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성을 위한 종목이 편성된 것은 1912년 수영이 처음이며 여성 육상도 1928년에야 신설 되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여성 복싱이 신설되었다. 여성들이 치고받고 하는 장면은 상상이 안된다. 카타르와 브루나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선수를 내보냈다. 말레지어 선수들 가운데는 임신 8개월의 여성 사격선수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에는 여성 복싱 선수도 포함되어 있다. 가히 무슬림의 문화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통 깨기다. 앞으로 올림픽은 남자선수보다 여자선수들이 더 많이 참가해 기염을 토하게 될 것이다. 올림픽에도 여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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