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겨우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인물이었던가. 사기당한 기분이다. 그가 펴낸 ‘안철수의 생각’은 사실상 그의 정견발표나 다름없다. 그런데 사방에 재주만 가득하고 철학이 없다. 이 시대의 고민, 국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아픔을 통감하는 안철수의 생각은 전혀 안보이고 자기 고민, 자기 입장만 미사여구로 포장해 늘어놓았다.
그는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다”고 자신의 입지를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여론을 봐서 사회적 요구가 있으면 출마하겠다는 의미다. 이건 추대되는 형식을 의미한다. 검증을 피해 가겠다는 소리다.
안철수는 박원순식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모양인데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선거는 전혀 다르다. 대통령은 안보 및 경제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를 결정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검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은 통치자다. 그러나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통치자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의 팀웍을 검증 받아야 한다. 정치라는 것 자체가 인맥과 조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나는 대통령 될 생각이 별로 없는데 국민이 원한다면 할 생각도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건 국민을 ‘청춘교실’의 수강생 정도로 취급하는 자세다. 대통령후보는 올인벳을 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내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니 뭐니 어렵게 표현할 일이 아니다.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 기존정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자신이 사명감을 가지고 시대의 부름에 응하는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 그의 인기는 자신이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의 반사이익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백로로 생각하고 있다면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서 피터지게 싸워 까마귀의 들판이 백로의 들판으로 바뀌도록 정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설령 그같은 노력이 실패해도 국민은 그의 철학과 희생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안철수의 시대적 사명이다.
안철수는 자신을 포장하는 일에 너무 몰두해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영혼이 있는 승부’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의 표지도 안철수의 얼굴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번에 내놓은 ‘안철수의 생각’ 표지도 그의 얼굴이다. 그리고 그가 유명해진 것이 TV 오락프로 강호동의 ‘무르팍 도사’ 였는데 이번에도 연예프로인 ‘힐링 캠프’에 나와 자신의 정견을 밝혔다. 인기위주로만 가는 인상이 짙다. 그는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이런 모든 것들을 꿰어놓고 보면 안철수는 PR의 천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행동이 없다. 화두를 낳는 말잔치만 벌이고 있다. 안철수는 교묘하게 포장되어 있다. 이것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에 대해 기대를 가졌었다. 나도 그중의 한사람에 속한다. 만사에 반대만 들고 나오는 야당이 인물부재인데다 너무 왼쪽으로 가는 것 같아 국가관이 명확하고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등장하기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이 지날수록 안철수는 그런 지도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보인 그의 잘 포장된 처세는 실망을 넘어 얄밉기까지 하다. “인간에게 있어 인간은 가장 큰 희망이다. 그리고 가장 큰 실망이다”라는 서양격언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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