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왕국의 부패가 한창이던 1928년 수에즈운하 근처의 도시 이스마일리아에서 핫산 알바나라는 19세의 청년이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s)이라는 정신운동 단체를 만든 후 “이집트 국민이여, 정신 차립시다”라고 외치며 식당과 다방을 돌아다녔다. 시민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 단체가 후일 아랍의 최대규모 반정부단체로 발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무슬림 형제단’(MB)이 내건 구호는 “이슬람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었다. 이집트가 참된 독립국가가 되려면 이집트인들이 이슬람의 원리를 따르는 신앙생활을 해야 하며 이것만이 외세(영국)에서 해방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집트가 부패하고 타락한 것은 서양문화를 비판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1년 후 MB(무슬림 형제단)의 회원은 800명이 되었고 5년 후에는 50만명, 10년 후에는 200만명으로 늘어나 반정부, 반영국 시민운동 세력으로 등장했다. 핫산 알바나가 이들의 지도자였으며 그를 따르는 시민들이 급격히 증가하자 이집트왕국의 마무드 파샤수상은 ‘무슬림 형제단’을 불법단체로 선포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MB 단원들에 의해 파샤수상이 암살 당했으며 이에 대한 정부의 보복으로 MB의 리더 핫산 알바나도 피살 되었다.
MB운동은 외세배척운동으로 번져 낫셀이 주도하는 군부 엘리트 장교단의 쿠데타(1953년)를 불러일으켜 영국의 꼭두각시인 파루크 왕이 결국 쫓겨났으며 이집트왕국이 멸망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군부는 MB가 반정부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이 단체를 불법화해 무바라크 대통령시대까지 ‘무슬림 형제단’은 지하단체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MB운동은 전 아랍국으로 번져 중동의 모든 국가에서 세력을 떨치는 반정부단체로 등장했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반정부 데모를 주도해 무바라크를 하야시킨 핵심세력도 바로 무슬림 형제단이며 현재 시리아 정부군에 결사항쟁하고 있는 시민세력도 대부분이 ‘무슬림 형제단’이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무장단체인 ‘하마스’도 무슬림 형제단이다.
지난 60년 동안 반정부 운동만 펴오던 무슬림 형제단에서 지난주 마침내 이집트 대통령을 배출 시켰다. 카이로의 타리르 광장에서 수십만명이 춤추며 열광할 만도 하다. 이집트 대통령에 당선된 무함마드 무르시(61)는 무슬림 형제단의 간부출신이며 LA의 USC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한 미국통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조약을 재검토하고 아랍국가의 단결을 선거구호로 내걸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초긴장하고 있다. 이집트는 이때까지 친미적이었으며 이스라엘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으나 무슬림 형제단이 반미적이고 반이스라엘적이기 때문에 제2의 이란처럼 될까봐 미국도 걱정이 태산이다. 이집트 군부는 MB세력이 집권할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선거일 며칠 전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이 군인사와 작전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으며 MB세력이 60%인 의회를 해산해 버렸다.
독재자 무바라크가 하야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다음 대통령은 누구?”였었다. 그러나 MB에서 대통령이 나오리라고는 미국도 예측 못했었던 같다. ‘이슬람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라는 무슬림 형제단의 집권은 기독교가 주축인 서방에게는 새로운 골치다. 더구나 MB와 군부의 한판 대결이 남아있어 잘못하면 시리아 내전처럼 유혈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군부와 MB는 지난 60년 동안 앙숙이었으며 이 숙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집트 국민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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