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윌셔 가에 있는 LA 카운티 뮤지엄(LACMA)에 조선시대의 커다란 탱화<사진>가 전시되고 있다. 고려시대의 불화에 비해 그 아름다움이 덜 하지만 한국의 불화보전 전문인들을 불러 잘 보수한 커다란 불화를 바라보며 큰 기쁨을 누린다.
5월 한달 동안 그 불화를 주제로 뮤지엄 마당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색색의 비단과 불화, 물감과 가위를 쓰는 콜라주 클래스였다. LACMA의 ‘다음세대 (NEXGEN)’라는 이 프로젝트는 내가 겪은 예술 프로젝트 중에 가장 성공적이고 멋진 행사로 느껴진다.
아이들이 예술과 뮤지엄에 친근감을 느끼며 자랄 수 있도록 부모 중 한명과 한 아이(17세 까지)가 무료입장할 수 있고 다양한 미술 수업과 콘서트 등 아이들을 위한 많은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두 아이를 가진 부부가 아이들과 일요일 낮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젊은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만남의 장소로 택할 수 있다.
노란 플라스틱 줄로 된 라파엘 소토의 설치 미술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은 천국이 따로 없구나 느낄 정도로 행복한 정경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데 간혹 엄마, 아빠가 얼마나 심한 간섭을 하는지 놀라기도 했지만 온 나라에서 온 서너살 아이들은 얼마나 예쁜지! 모든 나라의 언어가 다 들려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이 아름다웠다.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NEXGEN 프로젝트엔 벌써 13만 여명이 등록하여 뮤지엄을 찾는다고 하는데 한인 어린이들이 더 자주 들렀으면 한다. 어렸을 적부터 NEXGEN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대부분 예술전공이 아닌 남미계 학생들이다.
불화와 한국미술이 전시되어 있는 분 갤러리에는 커다란 스튜디오가 있는데 경관이 좋은 멋진 장소이다. 이곳에 물감재료가 준비되어 있어 언제든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 그릴 수 있다.
너무나 예뻐서 눈앞에 자꾸 아른거리는 이 아이들이 조금 더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어른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오랜 기간을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엔 배울 점이 참 많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일요일의 미술수업 외에도 LACMA 미술작품 감상과 함께하는 5주간의 미술 창작수업, 학교수업이 끝난 시간에 참여 할 수 있는 8주의 그림 감상 프로그램, 여름방학 기간 중 특정 분야의 포트폴리오 작성 등이 있고 어른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뮤지엄 건축에 대한 강의, 저녁시간의 미술, 영화 감상이 있다.
친구의 권유로 밸리의 어느 한인교회에 간 적이 있다. 젊은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무척 상심했었다. 일주일 내내 일하다 모처럼 쉬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교인들에게 심판이니 죄지은 자니 하며 무례한 설교를 했다. 찬양대로 앞에 선 아이들은 자연스럽기보다 억지로 시킨 듯한 율동으로 보기에 민망했고 지옥에 간다는 소리가 자꾸 들려 놀랐었다.
툭 트인 공간에서 음악과 미술을 즐기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교회에 가는 것만큼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뮤지엄에 가는 젊은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날에 아이들에게 심판이라는 공포의 언어를 듣게 하는 것조차 무지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LACMA는 한인타운에서 아주 가까운데, 갈 곳이 없어 헤매는 한인 청소년들이 뮤지엄에서 만나고, 일도 하고 예술과 가까이 하며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생활은 중요하다. 하지만 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예술이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타인종과 함께 열린 삶을 경험할 수 있는 NEXGEN 프로그램에 (www.lacma.org(programs/ecucation/nexgen) 많은 한인 어린이들이 등록했으면 좋겠다.
박혜숙/ 화 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