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던 최기중씨(75,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 구속되었다. 아니 대통령의 멘토가 구속되는 법도 있나.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어불성설이요, 완전한 코미디다. ‘멘토’란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면서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친구인 ‘멘토’에게 맡겼던 데서 유래한 말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스승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구속되었다. 최씨와 박씨 모두 같은 건축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다. 왜 업자는 정권실세들의 부정에 대해 입을 열었을까. 실세들이 돈을 받아먹고도 자신이 부탁한 일을 못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세들은 왜 돈을 갖다 쓰고도 업자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을까. 업자들이 엄청난 융자를 받은 후 갚지 못하면 은행의 독촉이 빗발칠 수밖에 없고 이 수습을 실세들에게 부탁해도 정권말기에는 말이 잘 안 먹히는 법이다. 그러는 사이 업자의 회사는 파산하게 되고 여기에 실세들이 몸을 사리면 업자는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토목건설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되면 홍역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업자가 검찰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물귀신처럼 실세들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파이시티 사건’이 바로 이 패턴의 샘플이다. 은행이 빚을 독촉하자 파이시티 사장 이모 씨가 당시 최시경 방통위원장한테 달려가 은행에 말 좀 해달라고 부탁했었고 최 위원장은 은행감독원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 걸어 파이시티를 잘 봐주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그러나 ‘파이시티’가 너무나 경영이 부실해 은행에서도 봐주다 봐주다 더 이상 못 참게 되었고 실세들도 ‘그렇다면 파산할 수밖에’ 식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그러자 업자 측에서 실세들을 배반자로 낙인찍고 검찰에 불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관련자 모두가 영포라인(MB의 고향인 영일, 포항 출신)이라는 점이다. 영포라인의 보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다. 파이시티의 이모 대표는 최기중씨와 박영준 씨에게 68억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다. 최씨와 박씨가 아무리 실세라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받을 수 가 있을까. 이건 용돈 수준을 넘는 액수다. 뒤에 누가 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돈의 용도도 개인용도가 아닌 선거운동에 쓰여 졌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더구나 파이시티의 복합상가 건축허가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상득 의원의 사무실에서 나온 7억 원도 저축은행 사태수습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포항제철 사장 인사파동의 배후인물로도 떠오르고 있다. 박영준이 어떻게 차관 신분으로 포항제철 사장 임명심사를 휘두를 수 있단 말인가. 박영준은 오랫동안 이상득의원의 보좌관으로 있다가 행정부로 건너뛴 인물이다. 다 누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기네 사람 사장으로 앉힌 다음 납품업자를 자기네 사람으로 채우려는 냄새가 물씬한 플레이다. 모든 사건에 영포라인이 관계되어 있다. 검찰이 보스인 이 의원을 소환해야 전모가 제대로 밝혀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래 정계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다. 6선 의원인 형 이상득 의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형은 아우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그러다보니 현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을, 이상득 의원은 정치를 맡는 쌍두마차 정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형이 온갖 말썽에 얽혀 마차바퀴가 빠져나갈 위기에 놓여있다. MB는 사재까지 내놓았지만 형 때문에 ‘이명박 정권’은 MB가 퇴임한 후 부패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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