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종이컵은 위에서 보면 원이다. 그러나 앞에서 보면 사각형이다. 또한 보는 거리에 따라서도 모양이 달라진다. 가까이서 보면 안보이던 것이 멀리서 보면 그림의 전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한국총선거에 대해서는 미주한인들도 관심이 많다. 왜냐하면 야당이 FTA 전면무효를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FTA는 미주한인사회의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뿐만이 아니다. 야당의 구호 여기저기서 반미색채가 뚜렷해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한미관계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야당의 구호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극한적이다.
한국선거는 좀 떨어져서 보면 불가사의다. 세계 몇째니 하며 자랑하는 경제발전과는 너무나 다른 선거수준에 이해가 안 간다. 매번 변화와 개혁을 외치는데 변화된 것도 없고 개혁된 것도 없다. 노무현 바람이 일어난 2002년의 대선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기존질서가 바뀌고 평민이 살기 좋은 세상이 당장 찾아올 것처럼 기대를 부풀려 놓았으나 노무현 집권시절 내내 불안 했으며 끝내는 퇴임 후 자살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진보세력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은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바람을 일으켜 500여만표가 넘는 차이로 그를 대통령에 앉혀 놓았으나 경제회복은커녕 민생이 더 엉망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진보와 보수가 감정에만 의존하는 바람선거로 승부를 가늠했기 때문이다. 바람선거에 의존하면 유권자도 눈이 멀어 후보자들의 거짓말 공약을 꿰뚫어 보는 국민의 시력을 잃기 마련이다.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숙제는 부정부패 일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돈과 관련되어 고민하다 투신자살했을 정도며 김영삼, 김대중 아들들도 돈 때문에 감옥에 가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망신을 당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 형 때문에 망신일보 직전에 와있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는 부정부패 일소에 관한 정책이나 입법약속은 하나도 없고 그저 FTA 폐지와 대학등록금 인하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목소리만 높았었다.
진보세력을 상징하는 서울시 교육감도 돈과 관련하여 감옥에 갔다 왔고 지금 통합민주당을 이끄는 야당대표도 돈 문제에 있어서는 떳떳하지가 못하다. 보수는 물론 진보세력도 부정부패의 흙탕물로 얼룩지어져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휴전선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안보가 우선이다. 그런데 안보에 관해 새누리당이나 통합민주당이 입을 다물었었다. 이것 또한 희한한 일이다. 총선기간동안 북한에서는 로켓을 발사하느니 어쩌느니 하여 세계가 시끄러운데 당사자인 한국은 조용하다. 안보의식이 전무한 것에 외국인들이 놀랄 정도다.
이번 한국총선은 주제가 잘못 잡힌 선거였다. 변화를 외치는데 그 구호를 분석해보면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한판 둘러엎어 네 밥그릇 내가 차지해야겠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FTA 반대도 국민의 이익을 내세우긴 했지만 “이명박을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어 망신주자”는 한풀이 냄새가 짙게 풍긴다.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직전까지 갔는데도 야당이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제대로 먹지 못한 선거다. 선거는 그 나라 국민과 지도자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생각하면 이번 총선은 밸런스가 안 맞는 불가사의한 선거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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