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소식이 처음 흘러나왔을 때는 대한축구협회 내의 일부 고위 간부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월드컵 3차 예선 5차전인 레바논 원정 경기에서 패한 뒤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졌다는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불거졌지만 사령탑의 거취를 결정하는 논의로까지는 진전되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회택 협회 부회장은 “조 감독이 경질됐다는 얘기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기술위원회가 열렸다는 얘기조차 듣지 못해 이상하다”고 말했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모든 권한을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절차로 따지면 기술위원회의 별도 회의가 열리지 않고서는 조 감독이 경질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기술위원회가 열렸는지 알 수 없으나 부회장단에 조 감독의 경질과 관련된 내용이 보고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협회가 새 감독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도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내가 최근까지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새 감독을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면 알려지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협회의 행정 결과를 대외에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거나 발표하는 홍보국 직원들도 이때는 조 감독이 해임됐다는 소식을 공식으로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 보도가 먼저 나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지난 8월 한일전 참패 레바논과의 3차예선 패배로 드러난 대표팀 경기력과 운영상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다. 감독 교체 문제는 레바논전 패배 이후부터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스폰서나 중계권자 등에서도 대표팀 경기력을 두고 ‘이대로 되겠느냐’는 직설적인 항의도 나왔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런 부분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황보 위원장은 이어 “최종 결정은 지난 5일 파주에서 회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내렸다. 이대로라면 본선 진출이 힘들다고 판단을 내렸다”며 “어제 저녁에 조 감독을 만나 사임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새 기술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황보 위원장은 “아직 신임 기술위원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최근 한차례 비공식적인 모임에서 (감독 해임 문제를) 논의했다”며 “하지만 기술위원들이 자세한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그동안의 대표팀 경기력과 운영 문제 등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입장이어서 내가 회장단에 보고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식 절차를 밟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의도와 다르게 언론 보도가 먼저 나갔다”며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최종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방식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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