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법제처’라는 중앙 행정 기관이 있다.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후 얼마간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국무총리실 밑으로 다시 들어가 있다. 법제처의 장은 말 그대로 ‘법제처장’이지만 한 때 법무부 ‘법제실’로 있을 때 그 장을 ‘장관급’ 대우를 했고, 그래서 언론은 ‘법제처 장관’이라고 썼다. 그러다 보니 “저, 법제처 장관입니다”라고 본인 소개를 했다고 한다. 만약 다른 부처 장관이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실장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장관이라고 우기는 것을 언론에서 그대로 쓰지 말라”고 항의했다면 그 저의가 의심됐을 것이다.
신문사로 가끔 비슷한 전화가 온다. 기자들이 직접 받지 않아 누군지 모르나 “샌프란시스코 거주 박정희씨가 커미셔너 행세를 하는데 실제론 아니니 그렇게 쓰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SF시청에 확인하는 것이 정말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영어의 관습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달라는 ‘민원’이기 때문이다.
우선 commissioner라는 단어의 동사형을 보자. ‘위임하다’라는 의미의 영단어는 commission이므로 시장이 시민을 commissioning함으로써 당사자가 commissioned되는 것이다. 또, 일부 교회에서 선교사를 위한 파송예배를 commissioning service라고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중요한 임무를 맡기는 일’을 나타내는 것이다.
박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아동, 청소년 및 가족부(DCYF)’의 ‘시민자문위원회’의 멤버이다. 시장이 임명했다. 직접 만난 시청 직원들은 “그런 자리도 커미셔너”라는 반응이다. 커미션이 여럿이 있고 그 중 하나인 DCYF의 자문위의 공식이름에 ‘커미션’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커미션이라는 것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자문위원’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한인언론은 기관장을 흔히 ‘디렉터’라고 쓰듯이 커미셔너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박씨가 한때 ‘커미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기관에 있으면서 시청발급 명함에 ‘커미셔너’라고 인쇄되어 있기도 했다.
“시청 커미셔너 사칭”에 신문사가 속지 말라는 충고는 고맙다. 하지만 ‘커미셔너 맞다, 아니다’는 ‘논쟁’은 불필요하고 근거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한인사회의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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