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가 점령됐다. 정말이지 외인부대로 구성된 주둔군에 의해 점령됐다. 이들은 억압적 산업구조와 지나친 소득 불균형으로 대표되는 월가의 모든 것에 항거하기 위해 시청 주변의 스몰 비즈니스 앞에서 소변을 보고, 인도를 막고, 심지어 수상해 보이는 시위자를 마치 미국판 ‘프락치사건’을 연출하듯 폭행도 가한다.
문제아들이 소수라고 치자. 문제는 이들의 대부분은 오클랜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과 전국의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베이지역 한인사회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 그리하여 실제로 월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오클랜드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힘든 로컬 경기와 외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에서 오클랜드의 이름이 외지인들에 의해 계속 더럽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경찰의 최루탄으로 보이는 발사체를 머리에 맞고 중태에 빠졌다 회복의 길로 들어선, 그러나 “오클랜드”라는 지명과 함께 지구촌 언론에 보도됐던 퇴역군인 스콧 올슨(25)은 델리 시티에 거주하는 백인으로 소프트웨어 회사 직원이다. 흔히 오클랜드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실제로 시청광장에 가보면 1980년대 초 버클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 레이건 시위’를 보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월가 점령’ 시위의 초기 단계부터 버클리 언론계는 “‘버클리 점령’ 시위가 왜 이리 조용하지?” 하고 궁리하고 있지만 그 이유가 자명하다고 본다. 지난해 7월 8일 ‘바트 총격사건’ 관련 시위 때 연행된 폭력 가담자 78명 중 인종적으로 보면 백인이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거주지역을 보면 55명이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헤이워드, 댈리시티, 샌리앤드로 등 타지역 사람들이었으며 정작 오클랜드 거주자는 23명 뿐이었다(본보 2010년 7월 30일 보도). 사건 판결이 나기 전부터 오클랜드 흑인 교계 지도자들은 대대적으로 자제를 호소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연합통신은 기사 제목에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서 흑인들 격렬시위”라고 썼다.
오클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점령군으로부터 하루 빨리 해방되고 싶다. 각자가 사는 도시로 돌아가 시위하길 바란다.
<서반석 기자> seobs@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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