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이전 챔피언 대거 추락
▶ 400m계주 세계기록 경신 이끈 볼트, 유독 빛났다
<연합> “영원한 챔피언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
유난히 이변이 많았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막강한 우승후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틈을 타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탄생했다.
◇추락한 스타들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는 징크스까지 낳은 이번 대회에서는 이전 챔피언들이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대거 추락했다.
대회 첫째 날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챙긴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최강자 스티븐 후커
(29·호주)가 예선에서 탈락했다.
대회 둘째 날에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세계 육상 역사에서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부정출발로 충격적인 실격을 당해 100m 결승에서 트랙을 달려 보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던 것.
화가 난 볼트는 아무도 없는 보조 경기장에서 마구 달리며 속을 풀었지만, 그의 질주를 보지 못한 육상 팬들도 마음이 갑갑했던 건 마찬가지였다.
볼트의 실격에 앞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00m를 4연패 해 ‘장거리의 황제’로 불리는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가 결승전을 중도포기해 대회 5연패에 실패했다.
대회 셋째 날인 29일에는 1위로 골인한 주자가 실격당해 메달의 주인공이 바뀌는 사건이 벌어져 다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남자 110m 허들은 0.01초 차 기록 보유자들이 모두 결승에 진출해 최고의 경기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쿠바)가 결승에서 1위로 골인했지만 경기 도중 류샹(중국)의 팔을 잡아당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반칙을 당한 류샹은 로블레스의 방해 때문에 우승에 실패했고, 그렇게 ‘세기의 대결’은 끝나고 말았다.
나흘째는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신바예바는 4m65를 한 차례 넘고 나서 4m75와 4m80을 연달아 실패하면서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떠오른 별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높이 떠오른 별 중의 하나로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공)를 꼽을 수 있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 400m와 1,600m 계주에 출전해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피스토리우스의 역주는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 뼈가 없어 칼날처럼 생긴 탄소 섬유 의족을 달고 뛰어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겨룬 남자 400m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1,600m 계주 예선에서는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해 남아공 계주팀의 본선 진출을 도왔다. 1,600m계주 본선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남아공팀이 은메달을 따면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거는 영예를 누렸다.
◇그래도 가장 빛난 별
100m에서 실격당해 자존심을 구긴 볼트는 3일 남자 200m에서 역대 4번째 기록(19초40)으로 우승한 데 이어 대회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남자 400m 계주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대회에서 수립된 유일한 세계 기록이었다.
37초04의 세계 기록은 자메이카 대표팀 4명이 함께 만들어냈지만 마지막 주자였던 볼트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마지막 100m를 달린 볼트는 2위 프랑스 팀의 마지막 주자 지미 비코와 거의 20m 이상 차이를 벌렸던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트랙을 돌던 볼트의 이마가 땀에 반사된 조명등으로 번쩍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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