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초대를 받아 아이들과 함께 친구 집에 갔다. 친구 사는 집이 멀어 매일 말로만 밥 한번 먹자던 약속이 드디어 날을 잡아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초대받아 가는 나도 거리가 한시간이 넘는 처음 가는 거리라 큰 맘먹고 나섰다.
처음이고 낯선 곳이라 그런지 도착해서도 한동안 마음이 편칠 않았다. 그래도 친구가 정성스레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치우고 정리한 후 이제는 차분히 앉아 차를 마시며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는가 싶던 순간에 친구가 갑자기 바닷가를 가자며 주섬주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모처럼 쉬는 날 꼼짝도 하기 싫은 나는 속으로 귀찮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은 상태라 도저히 안갈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바닷가라는 말이 나오자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의 사기를 보니 더더욱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피곤이 밀려왔다. 난 아무 준비도 안 해 왔는데… 아무튼 이런 생각들 속에 우리는 차를 타고 이미 산속을 향해 가고 있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 오르더니 아무리 가도 안나올 것만 같은 모래 사장이 보였다. 뜻밖에 그곳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파킹장에 가득히 있었다. 준비 없이 온 나는 하는 수 없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기로 했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신발을 손에 들고 느림보 동작으로 두 맨발을 모래 속에 담는 순간 의외로 모래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맘에 들었다. 그렇게 걷는 내내 귀찮았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면서 오히려 오니까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것이다.
모래사장 한복판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아이들은 바로 바닷물로 뛰어 직행을 한다. 연이어 밀려오는 작고 귀여운 파도에 몸을 피했다 부딪혔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점점 내게도 바닷가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세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지치지 않고 아이들은 계속 놀고 있다. 신기했다. 그 세 시간이 내게는 지루할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는 자연이 주는 여유에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기고 있었다. 걱정들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냥 좋았고 편안했다. 아이들도 모래와 바다 이 두가지로 지루해 하지 않고 몇 시간째 놀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흘렀다. 안가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사정하다시피 해서 짐을 다시 싸고는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올 방학은 바닷가를 모두 돌리라하고…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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