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the wind will not serve, take to the oars.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라. -윈스턴 처칠-)”
어머니와 마켓에서 카트가득 물건을 사서 차에 싣고 있는데, 옆에 파킹한 한 남자가 도와주겠다고 상냥히 말을 건다. 고맙다고 하려고 그를 바라보았는데 제임스였다. 그는 밝고 건장한 40대 백인인데, 못 본지 2년여 만에 머리카락이 모두 희어 있었다. 도와주려는 그가 참 고마왔다.
그는 예전 직장 동료인데, Mistral (프랑스 지중해 연안 지방의 서북풍, 한국의 서풍인 하늬바람과 비슷함)이라는 물가의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다. 새 프로젝트가 생겨, 10여명의 팀원들이 점심을 함께 했다. 예쁘게 장식된 여러 가지 애피타이저를 맛보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선홍색 자몽 주스를 마시며, 상큼한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와, 그릴에 잘 구운 새우를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었다.
옆의 제임스가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서, 한국이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그에게는 15살된 한국인 딸, 에이미가 있다고 했다. 아주 어릴 때 입양했는데, 나를 보니 에이미와 참 많이 닮았다고 하며, 지갑을 열어 에이미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나와 많이 닮아보였다. 에이미의 13살 생일을 기념해 제임스부부가 에이미와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한국에 전혀 관심없던 에이미가 한국인으로 가득한 거리를 보며 흥분했고, 전통적인 궁들과, 판문점, 자유의 다리를 가보고 나서는 한국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온 그녀의 이름을 한국어로 새긴 <에이미>란 작은 목걸이를 지난 2년간 매일 하고 다닌다고 했다.
제임스가 우리 한국의 딸, 에이미가 행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다정히 노를 저어 주는 것 같아 고맙다. Mistral 이나 하늬바람이나 참 예쁜 언어다. 이 세상에서 예쁜 말만하고, 좋은 것만 생각하기에도 인생이 너무나 짧다고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바람이 없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해 옆에서 제임스처럼 다정히 노를 저어주는 행복한 상상만 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다. 곁에 노를 저어주는 이 없이 홀로 가던 산제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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