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죽음과 세금이다. 태어나면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고, 생명을 부지하는 동안엔 세금을 부지런히 내야한다. 그 둘 중에 세금이 더 지독하다. 죽음은 ‘인생만사 휴의’이지만 세금은 장례식장에까지 따라붙는다.
세금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다. 회계사들이다. 바로 요즘이 대목이다. 영세민과 노인들을 위한 무료 세금보고 서비스 행사가 곳곳에서 줄을 잇고, 세금환불을 노리는 자동차딜러와 가구점의 광고가 홍수를 이루는 등 바야흐로 세금 시즌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세금이 논쟁거리다. 야당이 ‘무상복지 론’을 주창하자 여당이 ‘세금폭탄 론’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들도 북한의 천안함 폭파와 연평도 포격사건을 잊어버린 듯 복지파와 세금폭탄파의 새로운 진보-보수 대결구도를 이루며 시끌벅적하다.
모든 학생들의 무상급식, 5세이하 어린이들의 무상보육, 노령자의 무상의료 및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등 소위 ‘3+1’의 무상복지가 증세 없이 가능한 건지, 아니면 그럴 경우 전 국민이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인지,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필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줄 미국의 소셜 시큐리티 연금이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신경 쓰인다.
세상에 세금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이자 세계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의 아버지(빌 게이츠 Sr) 등이 자진해서 ‘부자세’를 내겠다며 작년 워싱턴주 선거에 주민발의안을 상정했다가 더 많은 부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부자세의 원조는 ‘창문세(window tax)’이다. 17세기 영국국왕 윌리엄 3세는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들에게만 따로 세금을 물렸는데, 그 과세기준이 집의 창문 수였다. 그 무렵 부자들은 방안에 벽난로를 설치해 난방문제를 해결한 후 채광과 집치장을 위해 창문을 많이 냈었다. 당국은 부의 척도인 벽난로가 방안에 있는지 여부를 밖에서 쉽게 파악할 수 없자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고, 일부 부자들은 ‘창문세’를 피하려고 창문을 다시 봉해버렸다. 캄캄한 방에서 지내는 것이 세금을 내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던 모양이다.
부자들이 대상은 아니지만 지금 워싱턴 주의회도 특정 주민들에게만 별도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총 119개의 주립공원은 물론 자연자원국이 관장하는 일부 등산로와 어류-야생국이 관장하는 낚시터 등을 찾아가는 주민들에게 연간 사용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쪼들리는 주정부 살림으로는 이들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주상원의 케빈 랭커의원(민·샌완 아일랜드)이 상정해 이틀 전 관계위원회에서 검토된 이 법안은 주정부 소유지에서 두루 통용되는 연간 30달러짜리(하루 입장객에겐 10달러) 패스를 발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패스는 주민들이 자동차 등록을 경신할 때 면허국에 납부하거나 주 전역에 산재한 등산·사냥·낚시 등 스포츠 전문용품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이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할 경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인 등산애호가들이 당장 영향을 받게 된다. 교통이 편리하고, 경관이 아름다운데다가 특히 공짜여서 많은 한인 주말등산객들이 몰리는 Mt. 사이, 리틀 사이, 타이거 마운틴, 래틀스네이크 레지 등 시애틀 근교의 인기 등산로들이 국립공원이나 국유림 내 등산로들처럼 모두 유료화 되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지난 2003년 주립공원 입장료를 하루 5달러씩 징수했다가 방문객이 급격히 줄자 3년만에 요금징수 통을 기부금 통으로 바꿨다. 5년만의 유료화 회귀가 못마땅하지만 달리 뾰쪽한 수가 없을 것 같다. 필자가 속한 산악회는 작년 주정부가 예산문제로 이들 등산로를 폐쇄하려고 했을 때 차라리 입장료를 받고 계속 개방해달라는 청원서를 냈었다. 시애틀 일원의 등산로는 창문세나 부자세를 감내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윤여춘(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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