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교육이야기
드라마 ‘동이’에서 최나경은 궁녀 단역을 맡아 특유의 표정 연기로‘티벳궁녀’라는 애칭을 얻고 ‘미친 존재감’이라는 유행어를 낳게 했다. TV에서 그리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스타일 혹은 외모가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왠지 모르게 영향력 있는 존재감을 풍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학도 미친 존재감을 풍기는 지원자를 선호하지만, 필자가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하며 경험한 것은 미국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과 부모가 존재감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교내외 활동을 화려하게 보이려고 소설과 시를 대신 써주는 업소를 찾아가 시집과 단편소설집을 내고, 원하는 기관ㆍ병원ㆍ양로원 이름을 대면 500시간 봉사활동 인증서를 만들어 주는 곳도 있다. 서류를 꾸미고 아예 처음부터 공동지원서의 사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없던 경력을 만들어 주는 것부터 시작해, 교사 추천서ㆍ에세이ㆍ지원서 작성까지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 해주는 곳에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지원자가 할 일은 비밀 점조직처럼 운영되는 SAT준비 게릴라 그룹에서 점수만 높이면 대입준비는 끝이다.
미국 부모도 비슷한 일을 한다. 자녀대신 지원서를 써내서 입학사정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폭소를 자아나게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지원자 에세이를 조사한 결과 인터넷 이곳 저곳에서 베껴 쓴 흔적을 발견하고 어느 입학사정관이 지원자를 불러 인터뷰를 했다. 대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나는 당신네 대학에 지원하지도 않았다. 우리 엄마가 대신 지원서를 써서 제출한 것이다. 그 에세이는 우리 엄마가 인터넷에서 베꼈지 결코 내가 베낀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고 아웃소싱하는 지원자가 과연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부차적인 것이다. 과연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가 먼저 궁금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사례 심포지엄’강연 차 한국을 방문한 MIT 입학처장 스튜어트 슈밀은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부모에게 밀려 고개를 수그리고 점수에만 집착하는 학생은 MIT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우리가 찾는 지원자는 자유롭게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이다. 창의력을 계발하는 방법가운데 하나는 지원자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참여하고 즐기는 데 있다.”
부모에게 떠밀리고 의지하는 지원자는 지난달 말 영국 일간지 미러지가 보도한 이탈리아 마마보이처럼 전락될 수 있다. 남편 스테파노는 부인 마리아나 몰래 엄마 몫으로 티켓을 한 장 더 예약하고 신혼 여행지인 파리에 엄마를 데리고 와서 그곳에서 우연히 엄마를 만난 것처럼 연기했다. 그 후 엄마는 신혼가정 바로 옆집으로 이사 와서 아들 집을 매일 드나들었다. 결국 부인은 그런 남편과 시어머니를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이혼을 신청했다.
물론 인생의 선배로서 자녀를 위해 인생의 쓴맛 경험을 극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부모다. 하지만 자녀가 홀로서기에 게으르다면 그때까지 실패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무엇을 하든 쉽게 포기해서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라고 하소연 하는 부모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지가 없는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간섭, 통제하고 대신 해주는 과잉의욕을 발휘하는 부모가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자녀로 성장시킬까. 몇주 전 시애틀의 엘리엇 베이 서점에서 강연한 ‘타이거 맘’에이미 추아의 대답도 ‘NO’일 것이다.
대니얼 홍(danielhongp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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