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막판 방출됐다가 ‘미스터 옥토버’로 변신한 코디 로스.
남들이 외면한 선수들이 모인 자이언츠
월드시리즈서 레인저스에 2연승 출발
월드시리즈에서 2연승을 거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상식적으로 잘 설명이 안 되는 팀이다. 특히 타선은 거의 다 다른 팀에서 버린 선수들로 짜여진 모습이 이현세의 유명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떠오를 정도다.
1번 타자 안드레스 토레스(32)는 이미 5개 구단에서 6차례나 퇴출된 외야수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기 수가 ‘11’밖에 안 된다. 올해도 백업 요원으로 자이언츠 엔트리에 들기는 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는데 애런 로원드가 다친 뒤 기회를 얻어 주전 센터필더 자리를 꿰찼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 클리프 리를 상대로 2루타 세 방을 날린 프레디 산체스(32)는 2006년 내셔널리그(NL) 타격왕에 오른 경력이 있지만 부상이 잦은 단타자로 ‘꼴찌전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연봉부담(올해 600만달러)이나 덜겠다며 지난해 헐값에 트레이드한 선수다. 또 4번 타자 팻 버럴(34)은 이번 시즌 도중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아무 조건없이 방출된 선수로 정말 느리다. 수비도 약해 지명대타로 적합하다.
NLCS에서 MVP로 뽑힌 코디 로스(29)는 정규시즌 막판 플로리다 말린스가 방출한 외야수로 자이언츠는 정작 그를 원해서 영입한 것도 아니다. NL 서부조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그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막기 위해 그에 대한 클레임을 걸었고, 그 당시에는 파드레스보다 성적이 나빴던 덕에 웨이버 순위가 높아 그를 가로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상황에 떠밀려 데려온 선수가 이렇게 엄청난 행운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파드레스가 로스를 데려가 1승만 더 거뒀거나 로스가 플레이오프 들어 ‘미스터 옥토버’로 돌변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포스트시즌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6번타자인 오브리 허프(33)도 메이저리그 데뷔 1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의 한을 푼 선수로 사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자이언츠에 합류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비마다 계속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주고 있는 후안 유리베(31)는 통산 타율이 겨우 2할5푼을 넘는 타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2006년에는 0.235, 2007년에는 0.234, 2008년에는 0.247을 쳤는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지난해 돌연 30세 나이에 0.289로 폭발했다. 올해는 타율이 0.248로 다시 내려간 반면 홈런이 커리어 최다 24개로 올라갔다. 타선의 유일한 올스타 경력 선수는 8번 타자 올스타 에드가 렌테리아(35)지만 그 것도 이미 4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남들로부터 외면 받던 선수들로 구성된 타선이 현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로 꼽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로이 할러데이에 이어 역대 최고 플레이오프 해결사로 떠올랐던 클리프 리를 잇달아 KO시키고 월드시리즈 우승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 정도면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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